현대증권 계열 3사 매각이 발표 하루 만에 AIG측의 정면 반발을 부르는 등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AIG의 반발이 향후 협상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준비된 공세인지 아니면 협상 자체를 파기로 몰아갈 만한 무게를 갖고 있는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금감위는 "협상 전략"(유지창 부위원장)이라는 입장이지만 관측통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견해들이다. 양해각서 내용 자체가 수도 없는 편법과 무리수를 안고 있었다는 지적도 그렇지만 협상타결 발표를 앞둔 수일간의 경과를 보면 정부가 'IMF 졸업날짜'에 맞추어 지나치게 서두른 결과 화를 자초했다는 점은 부인키 어렵게 됐다. 현대증권 이사회에 수차례의 정부 압력이 가해졌고 결국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8천9백40원 결정 배경=정부와 AIG는 당초 주당 7천원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국자들이 협상타결 임박 소식을 경쟁하듯 떠들고 다니면서 현대증권 주가가 26%나 올라 문제가 됐다. '유가증권 발행규정'에는 3자배정 유상증자는 △이사회 전날의 주가 △이사회 1주일 전의 주가 △이사회 1개월 전의 주가를 산술평균한 주가와 이사회 전날의 종가 중 낮은 가격에서 최대 10%를 할인 발행할 수 있게 돼있다. 이를 기준으로 기준가를 산출한 결과 9천9백30원이 나왔고 여기서 10%를 할인한 8천9백40원이 발행가로 결정됐다. 물론 신주발행 가격은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10% 할인 한도'를 지켜야 하는 만큼 주가가 7천7백80원까지 낮아져야 가능하다. 물론 여론의 반발은 별개 문제다. ◇거듭된 이사회 무산=AIG는 주당 7천원에 인수해야 보다 많은 주식수,즉 지분율 30%를 넘기고 완전한 경영권을 획득할 수 있다.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지난 20일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에 '주당 7천원 유상증자 결의'를 사실상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유상증자 결의를 위해 현대증권 이사들이 모였으나 위의 규정 때문에 결의를 하지 못했다. 현대증권은 22일 금감위에 유가증권 발행규정을 들어 7천원 유상증자 결의는 부당함을 설명했고 금감위는 이를 인정했다. 금감위는 다시 8천9백40원이라도 이사회 결의를 해달라고 재촉했지만 일부 이사들이 '헐값에 회사를 넘긴다'는 비판을 우려,이사회 참석을 기피했다. 이로 인해 22일 이사회도 무산됐다. 현대증권측에 따르면 금감위가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에 압력을 넣었고 현대증권은 그룹 본부의 지시를 받아 23일 오전 8시30분에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그러나 회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이사회를 열 정도로 이사들은 심하게 반발했다. ◇정부 입장=유지창 금감위 부위원장은 24일,가격문제는 MOU체결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양측 변호인이 (사전에) 충분히 협의했고 AIG측이 현대증권의 이사회 의결사항을 확인한 다음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우철 담당 국장도 "AIG의 반발이 아직 공식적으로 통보되지 않았고 가격문제는 직접 협상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협상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은 고하간에 금액기준으로 4천억원이 들어오는 것은 분명하다는 낙관론이다. ◇전망=정부가 AIG측과 앞으로 본협상을 어떻게 해나갈지 주목된다. 굳이 현대증권을 매각하기로 한다면 인수가격을 주장하는 대신 다른 부분에서 대폭 양보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국의 무리한 '희소식 발표'가 현대증권 주가만 끌어올리면서 모든 일을 헝클어지게 만들고만 셈이다. 허원순.하영춘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