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시장의 불안심리를 반영, 10원 이상 널뛰기하며 1,300원대에 다가섰다.

달러/엔이 강세를 유지하면서 뉴욕장보다 약간 낮거나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됐음에도 원화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더 커 불안한 시장심리를 그대로 드러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70원 오른 1,298.20원으로 마감, 나흘만에 상승반전했다.

이날 환율은 1,290원이 탄탄하게 지지되면서 추가하락이나 속도가 지지부진하자 다음주 환율에 대한 불확실성이 갑자기 부각돼 환율급등이 이뤄졌다. 업체 결제수요와 은행권의 달러되사기가 일시에 몰린 것이 환율 급반등의 가장 큰 요인.

전반적으로 시장에 달러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최근 낙폭 과대와 엔화가 120엔 후반을 바닥으로 다져 재상승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심리가 어우러졌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그동안 엔강세에 비해 원강세가 더 강하게 진행된 감이 있다"며 "결제수요와 달러되사기(숏커버링)가 외국인 주식순매수분을 흡수했으며 실질적으로 달러매도초과(숏) 포지션에 몰려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엔 환율이 바닥을 찍고 오른다는 전제하에 달러사자(롱) 마인드가 살아있다"며 "혼조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달러/엔 밖에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 실업률 발표가 달러/엔을 어떻게 이끌어갈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다음주는 별다른 수급요인이 없어 철저히 달러/엔에 연동될 것"이라며 "하이닉스반도체 문제가 국내에서는 하나의 변수로 작용하되 어느 정도 문제가 봉합된다는 것을 가정하고 1,300원을 놓고 아래위 20원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 다음주 환율방향 ''시계 제로'' = 달러/엔 환율이 도쿄장 휴장으로 움직임이 둔해졌음에도 국내 시장거래자들의 관심은 달러/엔에 매달려 있었다.

3일 뉴욕장에서 달러/엔은 120엔 후반까지 내려섰다가 121.37엔에 마감했으며 아시아 시장에서도 하락세를 유지하면서 주로 121엔을 놓고 들락날락했다. 120엔 안착여부가 1,280원 진입과 연관된 것으로 읽었으나 환율은 1,290원을 견고하게 지지했다.

장후반 달러/엔이 뉴욕장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서자 환율은 좀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월요일 도쿄장이 열려 미국 실업률 발표에 따른 달러/엔 환율방향이 가닥을 잡아가야 달러/원 환율도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다음주가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판단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힘겹게 내려와서 상승은 쉽게 되는 모양새로 보아 시장참가자들은 롱마인드가 강해보인다"면서도 "추세나 방향에 대한 것은 다음주 월요일이 돼야 판단이 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업체 결제수요가 1,290원대 초반에서 각 레벨마다 포진했으며 장 후반 한 업체에서 5,000만달러의 실수요를 거둬들이며 은행권의 달러되사기를 촉발했다. 메이저 은행권의 달러사자(롱) 플레이가 가세해 환율은 1,300원 언저리까지 올라섰다.

2일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의 주식순매수자금중 1억5,000만달러가량의 잔여분이 오전중 공급돼 환율하락을 이끌기도 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달러/엔이 나흘 내리 하락세를 보이고 역외선물환(NDF)시장 환율이 1,291원까지 내려갔음을 반영, 전날보다 3.50원 낮은 1,291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은 개장 직후 강한 달러매도세로 1,287원까지 떨어졌으나 이내 저가매수세와 은행권의 달러되사기로 반등해 1,290∼1,291원대 박스권에서 거래된 뒤 1,290.60원에 오전장을 마감했다.

오후장을 1,290.30원에 재개한 환율은 달러/엔 침체장속에 한동안 1,290원을 바닥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으마 달러/엔이 121엔을 회복하자 달러매도초과(숏)포지션인 일부 은행권에서 급하게 달러되사기가 시장을 흔들면서 급등했다.

장중 고점은 1,299.50원, 저점은 1,287원을 기록했다. 등락폭은 12.50원.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엿새만에 순매도 전환,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각각 551억원, 182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순매도 규모가 크지 않아 환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9억74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6억4,01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6억8,680만달러, 4억2,000만달러가 거래됐다. 기준환율은 1,293.10원으로 결정됐다.

한편 지난달 28일 현재 거주자외화예금 잔액은 111억7,000만달러로 3월말보다 11억1,000만달러가 늘어났다. 업체들이 환율 상승세에 따라 네고물량 출회를 늦추고 외화예금 등에 예치했음을 보여준다.

총외채는 지난 3월말 현재 1,298억달러로 전달보다 18억달러 줄었다. 총외채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내리 감소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