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매도세가 사흘 연속 달아 올랐던 국내 증시의 열기를 식혔다.

기관은 2,300억원 이상 프로그램 매수에 나서며 개인이 내놓은 경계 매물을 받아내기에 바빴다.

외국인은 지난 11일 이후 8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매수 강도는 눈에 띄게 약해져 지수 움직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뚜렷한 매수 주체가 사라지면서 시가총액 상위종목 간에도 등락이 엇갈렸다. 전날 큰 폭 오름세를 보였던 반도체, 은행, 증권, 통신주들이 내림세로 돌아서며 하락종목이 속출했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책임연구원은 "지난 사흘 동안 종합지수가 55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며 "단기 고점 형성에 대한 부담과 함께 주말을 앞두고 차익을 실현코자 하는 욕구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급등에 따른 조정은 불가피했다"며 "미 증시가 기업실적 악화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는 등 금리인하 이후 대외변수가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이날 하락에도 불구하고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20일 종합지수는 전날보다 7.02포인트, 1.25% 하락한 556.29로 장을 마감했다. 거래량은 4억7,227만주, 거래대금은 2조2,454억원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73.50으로 장을 마감, 전날보다 1.40포인트, 1.87% 떨어졌다. 거래량은 4억2,063만주, 거래대금은 2조3,655억원으로 거래소에 조금 못 미쳤다.

지수선물 6월물은 개인의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0.50포인트, 0.71% 빠지며 70.15를 가리켰다. 시장베이시스는 0.53으로 콘탱고 상태. 거래소와 코스닥 두 시장에서 모두 순매도한 개인은 선물시장에선 2,204계약, 784억원 순매수를 보였다.

선물이 콘탱고 상태를 보임에 따라 이날 기관은 차익, 비차익 합계 2,329억원의 프로그램 매수를 기록, 지수를 방어했다. 기관은 이날 거래소에서 1,185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특히 투신이 1,094억원을 순매수 눈길을 끌었다.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도 나란히 117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며 지수 73선을 지지했다.

반면 개인은 이날 모두 1,524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난 17일 이후 나흘연속 매도 우위를 지켰다. 코스닥시장에서도 242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며 이틀 연속 주식을 팔았다.

기력을 소진한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각각 231억원, 117억원 매수 우위에 그치며 주춤했다.

전날 강세를 보였던 반도체주는 이날 약세로 돌아섰다. 삼성전자가 4% 넘게 하락하며 22만원선으로 물러난 가운데 아남반도체, 미래산업, 신성이엔지, 디아이 등 관련주가 모두 1~6% 하락했다. 코스닥에서도 원익, 아토, LG마이크론, 주성엔지니어 등 전종목이 내림세였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외국인의 집중적인 매수 공세를 받으며 2% 이상 뛰어오르며 전날에 이어 강세를 이어갔다.

통신주도 거래소 코스닥에서 동시 약세를 보였다. 등락을 거듭하던 SK텔레콤은 전날과 같은 21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고 한국통신공사, 데이콤은 각각 1.52%, 2.19% 하락했다.

한통프리텔, 한통엠닷컴, LG텔레콤, 하나로통신 등 코스닥 대형통신주도 1~4% 큰 폭 하락하며 지수에 부담을 줬다. 반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업체인 드림라인은 이틀 연속 상한가에 이어 또 다시 5% 가까운 상승세를 기록, 눈길을 끌었다. 나흘 연속 오름세다.

거래소에선 뚜렷한 주도주가 없는 가운데 포항제철이 단기 급락에 따른 반발매수세에 힘입어 1%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전력은 장중 내내 오름세를 유지하다 막판 약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코스닥에선 다음, 새롬기술, 옥션 등 닷컴주가 1~4% 오르며 전날의 강세를 이어갔다. 또한 장미디어가 사르째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싸이버텍, 한국정보공학 등 인터넷 보안업체 강세도 지속됐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주택은행 모두 약세로 돌아서면서 은행업종지수도 0.73% 하락했다. 코스닥에선 국민카드가 소폭 오르며 금융업종 지수의 추가 하락을 막았다.

거래소에서 내린 종목은 하한가 6개 포함해 549개였으며 오른 종목은 상한가 21개 포함해 280개였다. 코스닥에선 내린 종목이 하한가 5개를 비롯해 431개로 오른 종목 160개의 3배 가까이 됐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