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구조조정으로 은행들의 합병 주총이 잇따를 예정이나 정작 증권
예탁원의 의결권 대리행사 방침이 확정되지 않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예탁원 규정에 대한 정부의 유권해석이 제때 나오지 않으면 자칫 합병
주총이 파행으로 진행돼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개정법률"이 지난
14일 발효됨으로써 일반주주들의 주권을 보관하고 있는 예탁원이 금융기관의
합병승인주총에서도 섀도보팅(주식수의 찬반비율에 따른 의결권 행사)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은행들의 경우 개인실질주주(예탁원에 주식을 맡기는 일반주주)의 지분율이
보통 60%이상으로 매우 높기 때문에 의사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의결권 행사를
요청해야 될 입장이다.

그러나 합병주총엔 매수청구권이란 민감한 문제가 걸려 있어 예탁원의
의결권행사에 대해 정부가 유권해석을 내려야 혼선을 막을 수 있다.

정부해석이 없어 예탁원은 섀도보팅을 해야할지, 매수청구권 신청절차에
따라 합병 반대의사를 표시한 주주들의 의견을 주총장에서 그대로 합병반대
의사로 반영해야 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매수청구권이 걸린 주총에서 예탁원의 의결권 행사가 원천
금지돼 있어 신경쓸 필요가 없었으나 벌률개정으로 금융기관 합병에 대해
권리행사가 허용돼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24일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 등에 해석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학계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주주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매수청구권을 위한 반대도 주총의 안건
반대로 해석해야 되며 예탁원은 이 의사를 반영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반대로 매수청구권과 주총은 별개의 법률행위로 매수청구권을 위한 반대
의사를 주총 안건 반대로 그대로 옮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의견이 맞서있다.

오는 30일 합병승인 주총을 개최할 예정인 상업은행의 관계자는 "변호사의
자문을 얻어 매수청구권과 상관없이 찬반표시를 접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매수청구권 의사표시가 주총안건에 영향을 준다는
유권해석이 나오다면 합병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장기신용은행과 합병할 국민은행의 관계자도 "예탁원의 행동지침이 빨리
확정돼야 한다"며 "정부의 유권해석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양홍모 기자 y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