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혁 /사진=WH 크레이티브 제공
장우혁 /사진=WH 크레이티브 제공
한 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 1세대 아이돌 그룹에서 누구도 표방할 수 없는 퍼포머가 된 장우혁이 활동 기지개를 켰다. 오랜 솔로 공백기를 깰 용기를 내기까지 그에게는 H.O.T.와 팬의 존재가 더없이 큰 힘이 됐다.

장우혁은 2011년 '백 투 더 메모리스(Back To The Memories)' 이후 약 8년 만에 지난 9월 3일 싱글 '스테이(STAY)'를 공개했다. 이어 4일 신곡 '위캔드(WEEKAND)'를 선보인다. 오랫 동안 솔로 활동을 하지 않았던 장우혁은 "2011년 발표한 '아이 엠 더 퓨처(I Am The Future)'의 타이틀곡 '시간이 멈춘 날' 이후로 부담이 굉장히 많았다. 새로운 퍼포먼스를 해야한다는,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심해서 음악을 만들었다가 접는 걸 많이 반복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댄스가수이다 보니 퍼포먼스에 기대를 많이 하지 않냐.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에 계속 강박이 있었다. 이제 신인도 아니니까 실패할 걸 해서 뭐하냐는 마음도 들었다. 예전에 나름 큰 영광을 얻었던 것도 자꾸 생각나고 더 멋진, 더 나은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그러니 작업물도 더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고 고백했다.

스스로를 가두는 지독한 강박을 깨트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장우혁은 지난해 개최됐던 H.O.T.의 재결합 콘서트를 언급했다. "콘서트라는 계기가 없었으면 음원도 못 냈을 것"이라고 말문을 연 그는 "17년 만에 하는 콘서트이다 보니까 정말 감동적이었다. 모든 콘서트가 그렇겠지만 더더욱 특별했던 것 같다. 감동의 눈물과 함께 또 다른 무언가의 텔레파시가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장우혁은 "눈빛으로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면서 "수레 같은 걸 타고 객석으로 가면서 관객들의 눈을 직접적으로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팬 분들께서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라는 표정과 눈빛을 줬다. 감동적이기도 하면서 슬프기도 했다. 그런 콘서트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H.O.T. 콘서트를 하면서 팬분들이 큰 사랑을 주셨다. 내가 DJ도 해서 그런지 본업을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그 응원에 힘을 얻어서 다시 한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성공이나 실패, 더 나은 퍼포먼스가 중요한 게 아니라 팬 여러분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와 상황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순간 마음이 많이 바뀌게 됐다"고 밝혔다.

팬들에 대한 고마움에 힘입어 장우혁은 더 가까이서 소통하기 위한 음악방송 활동에도 나선다. 그는 "팬들이 응원하고 싶어 했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우리 오빠가 살아서 움직이고 있구나'라고 할 수 있는 무대를 보고 싶어 하더라. 나도 함께 할 수 있는 걸 원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게 좋은 작품이 나오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장우혁 /사진=WH 크레이티브 제공
장우혁 /사진=WH 크레이티브 제공
이번 컴백을 준비하면서 장우혁은 앞선 자신의 스타일을 많이 내려놨다고 했다. 프로듀싱부터 퍼포먼스 디렉팅까지 직접하던 과거와 달리 새로운 감각을 지닌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했다. 장우혁은 "퍼포먼스에 대한 강박이 심했는데 그냥 맡겼다. 1996년에 데뷔를 했는데 안무가가 1996년생이다"라며 웃었다. 그는 "지금까지는 직접 디렉팅을 보는 등 내 의견이 많이 들어갔는데 전적으로 안무가에게 맡기면서 표현하고 싶은 걸 해보라고 했다. 그 친구의 감성을 내 나름대로 다시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게 오히려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음악도 마찬가지로 내가 듣고 좋은 노래를 선택하긴 했지만 어떻게 작업할 지에 대한 방식을 우선적으로 택했던 예전과는 관여도에 차이가 있다. 거의 다른 친구의 것들을 많이 인정하고 갔다. 음악을 먼저 선택하고 거기에 맞는 안무 구성을 할 수 있는 친구를 찾아서 '너의 감성으로 만들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방식으로 동화하려고 한 결과 좋은 음악과 퍼포먼스가 나온 것 같다"고 강조했다.

작업 방식에 차이를 둔 이유를 묻자 장우혁은 "내가 생각하지 못 했던 이미지를 원했다. 그래서 내 컨트롤 안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하는 것이라 내 판단이 틀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큰 결정은 직접 하겠지만 작품 내에서의 결정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차피 플레이어는 장우혁이지 않냐. 하면서 내 것으로 당기면 되는 문제다.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제 막 H.O.T. 그리고 장우혁을 알게 된 10대들에게 장우혁은 '힙한 형', '무대에서 놀 줄 아는 형'으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되기 위해 그는 인간 관계에 있어서든, 패션이든, 춤이든, 랩이든 새롭고 즐거운 것에 대한 꾸준한 수용의 자세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팬들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물론 컴백하는 김에 순위도 높았으면 좋겠죠. 하지만 너무 오랜만의 활동이라 거기까지 생각하는 건 큰 욕심이고 성급한 거라고 봐요. 성공이라는 의미가 조금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순위적인 성공이었는데 이제는 팬들과 같이 꾸며나가는 게 성공인 것 같아요.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앞으로도 음원을 주기적으로 내고, 콘서트도 하면서 자주 인사를 드리는 방향으로 계획을 잡고 있어요."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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