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흉부외과'
드라마 '흉부외과'
SBS 수목 ‘흉부외과’(극본 최수진, 최창환, 연출 조영광)의 제작진이 극중 선보였던 에피소드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했다.

9월 27일 첫방송된 드라마 ‘흉부외과’가 1~4부 연속 방송을 통해 베일을 벗었다. 2017년 최고히트작 ‘피고인팀의 두 번째 작품으로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만큼 몰입도 높은 전개와 고수, 엄기준, 서지혜, 정보석 등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로 세간의 기대감이 헛된 기대가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드라마는 압도적인 몰입감과 더불어 방송 전부터 표방한 “멜로와 정치가 없는 리얼한 의학드라마”답게 리얼한 병원에피소드를 선보였다. 오히려 기존에 보지 못한 리얼리티 때문에 “이게 진짜야?”라는 의문이 드는 부분까지 있었고, 이에 대해 제작진이 직접 설명한 것.

# 응급환자를 받기 위해 명함을 돌리는 의사 엄기준

4부 방송 엔딩에 자문의로 이름을 올린 김웅한, 송석원 교수는 국내 흉부외과 최고 권위자들이다. 김웅한 교수는 소아흉부, 그리고 송석원 교수는 대동맥혈관 분야에서 이미 ‘명의’를 비롯한 여러 방송을 통해 많이 소개된 흉부외과 의사들이다.

특히, 드라마속에서 수술할 의사가 없어 헤매는 응급환자를 받기 위해 명함을 돌리는 엄기준(최석한 역)의 에피소드는 실제 송석원 교수의 사례였다. 극중 이덕희(이정애 역)의 응급상황은 이른바 ‘트리플에이’라고 불리는 복부대동맥류란 질병으로, 이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이 부풀어 올라 파열되는 순간 대부분 사망하게 되는 질병이다.

이 병의 경우 대부분 응급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미리 날짜를 잡아서 수술을 할 수 없다. 이런 응급 수술이란 특성상 많은 케이스를 경험할 수 없던 송석원 교수는 전국의 응급실에 대동맥 환자가 있으면 언제든 받겠다며 명함을 돌렸던 것이다.

송교수의 이런 사례는 흉부외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전설 같은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런 노력덕분에 현재 그는 국내 최고의 명의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이 내용을 환자를 잘 배정받지 못하는 엄기준의 처지와 연결해 극적으로 표현했다.

# 본드로 심장 지혈하고 배를 열고 혈관을 잡는 고수

앞서 설명한 복부대동맥류는 혈관이 터지는 순간 대부분 사망에 이르게 되는데, 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터진 혈관의 윗부분을 막아 피가 새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실제 수술을 할 때도 혈관 윗부분을 겸자라는 집게로 잡아놓고 수술하게 되는데, 응급상황에서는 손으로 직접 잡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극중 정애의 경우 혈관이 많이 부풀어 있어 손으로 만져지는 상황이었고 흉부외과 레지던트인 고수(박태수 역)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이 방법이 가능했다.

이 내용은 실제 의사들이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닥터프렌드'의 '흉부외과 리뷰'에서도 잘 설명하고 있다. 또한 4부 엔딩에서는 일반 본드로 심장을 지혈하려고 하는 고수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알고보니 이 역시 당장 출혈을 막지 못하면 사망까지 이르는 위급한 상황, 그리고 이후 발생할 합병증까지 생각할 수 없는 흉부외과 수술실의 응급상황에서는 여러 번 있었던 실제 사례였다.

제작진들의 취재과정에서 심장에 본드를 바른 의사, 그리고 본드를 사러 나간 간호사도 직접만나 인터뷰를 했는데, 이 때 제작진들은 이구동성으로 “심장에 본드를 쓴다고요?”라는 질문했을 정도다.

한 관계자는 “일반인뿐 아니라 흉부외과가 아닌 의료인에게도 생소한 이야기라 대본에 녹여낼지 고민이었지만, 오히려 드라마틱한 내용이라 이를 사실대로 반영했다”라며 “이에 대한 후일담도 드라마에서 다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 비현실같은 흉부외과의 현실

4부에서 고수와 서지혜(윤수연 역)가 만난 병원에는 심장수술을 위해 갖춰져 있는 장비도 수술 도구도 없었다. “응급실까지 있는 병원에서 무슨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서 심장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은 최상급병원 일부 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흉부외과의 경우 매우 높은 노동강도, 그리고 개원할 수 없는 과목 특성 등의 이유로 전공의 지원자 수도 너무 적다. 그리고, 수술을 위한 장비들은 수십억원에 이를 만큼 초고가지만 수익은 나지 않는 진료과라 병원에서도 기피하고 있다.

이 같은 비현실적인 실상 때문에 갑자기 발생한 심정지로인해 급히 도착한 지방병원에서 정상적인 수술을 할 수 있었다면 오히려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되는 아이러니가 생기게 되는 것.


초반 극중 정애를 수술할 의사를 찾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 역시 흉부외과 수술 중 최고난도의 수술인 대동맥류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국내에 몇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제는 드라마만큼 전화를 돌릴 곳도 없을 정도이다. 이것이 국내 흉부외과의 씁쓸한 민낯이다.

이 밖에도 수술복을 입은 채로 외부로 나간 서지혜처럼 역시 응급상황에서 수술복 차림으로 외부 출입을 하는 경우가 있고, 대신 외부로 나간 이는 이미 오염됐기 때문에 수술실 출입을 하더라도 수술대에 접촉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서지혜는 수술대에서 접촉하지 않고 본드를 패치에 떨어뜨려 주는 디테일도 있었다.

제작진은 “오랜 취재 기간을 거치며 우리가 생각하던 수술장의 모습과 실제 수술장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기존의 익숙한 모습이 아닐지라도 실제 병원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라며 “이를 위해 여러 대학병원의 수많은 흉부외과 의사들을 취재했고, 촬영 현장에서도 이들의 자문 하에 더욱 진지하게 연기하고 촬영에 임했다”라고 밝혔다.

‘흉부외과’는 10월 3일 수요일 5, 6부 방송분을 통해 응급상황에서 본드를 사용해 지혈하려고 하는 고수의 기지에 따른 결과가 그려지면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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