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KBS와 SBS의 연기대상 시상식을 끝으로 2008년 연예계를 결산하는 방송사 연말 시상식이 모두 마무리됐다.

27일 KBS 연예대상으로 막을 올린 연말 시상식에서 강호동과 유재석은 방송3사 연예대상을 나눠가지며 그들의 전성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연기대상에서는 다양한 색깔을 가진 드라마들이 폭넓은 연령층의 대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하지만 공동수상 남발이라는 고질병은 올해도 여전해 '그들만의 잔치'에 그쳤다는 비판도 받았다.

또 MBC는 파업 속에서도 큰 차질 없이 시상식을 소화했다.

◇예능은 양강 구도, 연기는 각양각색


지난 몇 년 동안 강호동은 유재석의 그늘에 가린 '2인자'였다.

천하장사 출신답게 박력있는 진행 솜씨가 일품이었지만 매끄러운 화법과 몸을 아끼지 않는 적극성을 겸비한 유재석의 '벽'은 넘지 못했다.

그런 강호동이 올해 연말시상식을 거치면서 비로소 유재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최고 진행자로 우뚝 섰다.

이로써 국내 예능계는 MBC, KBS 연예대상을 거머쥔 강호동과 SBS 연예대상을 차지한 유재석의 양강 체제로 굳어지게 됐다.

반면 드라마는 독보적인 작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태왕사신기', '주몽'과 같이 다양한 연령층에 어필하며 화제를 뿌린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때문인지 연기 대상 수상자는 연령대와 작품성에서 다양성이 두드러졌다.

김혜자는 KBS 주말극 '엄마가 뿔났다'로 대상을 받았고, 송승헌은 제작비 250억 원을 투입한 대작 MBC '에덴의 동쪽'으로 대상 수상자가 됐다.

반면 김명민은 클래식 열풍과 강마에 리더십 신드롬을 일으킨 MBC '베토벤 바이러스' 덕분에 대상을 받았다.

1987년 생으로 20대 초반인 문근영은 신윤복의 일생을 세련된 영상으로 그려낸 '바람의 화원'으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S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나눠먹기 구태는 여전..엉성한 진행도 눈살


하지만 '상 나눠먹기'는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상식 무대 아래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있기만 하면 어떤 명목으로든 거의 상이 주어졌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MBC 연기대상이었다.

1985년 시작된 이 시상식은 사상 처음으로 대상 수상자를 공동으로 선정해 공정성 시비를 불러 일으키며 비난받았다.

또 드라마 '에덴의 동쪽'이 각종 부문 상을 차지해 지나친 밀어주기 아니냐는 불만도 샀다.

대상 뿐만 아니라 최우수상, 우수상, 신인상도 약속이나 한 듯 남녀 각 두 사람에게 주어졌다.

최우수상의 경우 남자 후보 4명 모두가 대상 등의 수상자가 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MBC는 연예 대상에서도 신인상, 우수상 등에 공동 수상을 남발했다.

베스트 브랜드 상 때는 '우리 결혼했어요' 출연진 12명이 수상자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사정은 덜했지만 KBS와 SBS 연기대상 시상식 때도 비슷한 풍경을 찾아볼 수 있었다.

KBS에서는 최정원, 이하나가 미니/수목극 부문 우수연기상을 공동 수상했고, 베스트커플상과 조연상 등에서도 공동수상자가 나왔다.

SBS도 10명이 수상한 10대 스타상을 비롯해 11명이 무더기 공동 수상자로 나선 뉴스타상 등 다양한 명목으로 수상자 수를 늘렸다.

김하늘과 송윤아는 최우수연기상을 공동 수상했다.

상 나눠먹기와 함께 일부 시상식 사회자와 시상자 들이 보여준 적절하지 못한 언행도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시상식에서 불필요한 농담으로 시간을 끌거나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언급하는 모습 등은 행사의 흐름을 끊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재치 만점' 수상소감, 故최진실 추모도

지인들의 이름을 끝없이 나열하는 수상소감은 조금씩 사라지는 분위기였다.

대신 자신의 고생담을 털어놓으며 눈물짓기도 했고 세련된 화법으로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등 여러 형태의 수상소감이 화제였다.

MBC 연예대상 신인상 수상자인 성은채는 "고향에 내려가서 장사하려할 때 내 손 잡아준 최국 씨가 너무 감사하다"고 눈물지었고, MBC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받은 배종옥은 "배우들은 다들 외롭다는 생각을 한다.

배우들은 적이 아니고 동료다.

손을 내밀면 잡아줄 준비가 돼 있다"는 따뜻한 코멘트를 했다.

KBS 연예대상을 받은 강호동은 유재석을 향해 ""재석아, 이 상 내가 받아도 되나"고 말했고, SBS에서 연예대상을 받은 유재석은 강호동을 향해 "오늘은 내가 받아도 되나"하고 화답했다.

박철민은 MBC 연기대상에서 황금연기상을 받으며 "조재현, 김명민과 치열한 경합 끝에 이 상을 받게 됐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정준호는 "시청률 걱정하지 마라며 격려하던 최진실이 눈에 선하다"고 고(故) 최진실을 추모했고, 손현주는 SBS 연기대상에서 특별기획부문 조연상을 받고 "아직도 가슴이 많이 아프고 먹먹하다.

2009년은 많이 웃는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MBC는 노조원 제작진이 대거 파업에 참여한 바람에 시상식 성사 여부 자체가 불투명했다.

간부급 비노조원과 외부 제작인력이 총동원된 끝에 31일 가요대제전까지 연말 시상식 관련 프로그램을 무사히 내보냈다.

이와 관련해 문소리는 MBC 연기대상 우수상 수상 소감 때 "오다 보니 MBC가 파업 때문에 촛불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쪽으로 가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다고 했고, 유재석은 SBS 연예대상을 받을 때 "아침에 너무 일찍 나가 얼굴도 못 본 사랑하는 아내 나경은에게 영광을 돌린다"며 파업 중인 나경은 MBC 아나운서를 격려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