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영화 "집으로..."와 "몽중인"이 5일 나란히 개봉된다. 두 작품은 모두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랑을 부각시킨다. "집으로..."는 어린이와 할머니의 애정에 주목하고 있고,"몽중인"은 가족애와 남녀간의 사랑을 동시에 성찰하고 있다. [ 집으로... ] "집으로..."는 사소한 일상에서 큰 울림을 끌어낸다. 어린 손자와 할머니의 기묘한 동거를 통해 신세대와 구세대,전통과 외래문화,자연과 문명간의 화해를 매끄럽게 형상화했다. 이성재와 심은하 주연의 "미술관옆 동물원"(98년)을 연출했던 이정향 감독 작품. 7살짜리 상우(유승호)가 충북 영동의 산골에 사는 77살의 외할머니(김을분)집에 처음온다. 도시 소년의 눈에 시골 할머니는 낯설기만 하다. 카메라는 도저히 화합할 수 없을 것 같던 소년과 할머니가 조금씩 다가가 이해하고 포옹하는 모습을 포착한다. 문명을 대변하는 소년과 자연을 상징하는 할머니가 한마음이 되는 것이다. 스토리라인은 대립하는 메타포(은유)들로 짜여 있다. 패스트푸드로 길들여진 통통한 아이와 농삿일로 손마디가 굵어진 할머니. 일방적으로 온갓 요구를 쏴대는 소년과 이를 묵묵히 수용하는 할머니. 양말을 꿰매는 할머니 주변을 롤러블레이드을 신고 빙글빙글 도는 소년. 전자게임기 배터리를 사기 위해 할머니의 은비녀를 훔치는 소년. 식탁에서 햄을 즐기는 소년에게 김치를 찢어 밥에 얹어주는 할머니. 켄터키치킨을 외치는 소년에게 백숙을 해주는 할머니. "물에 빠뜨린 닭(백숙)이 아니라 기름에 튀긴 닭(켄터키치킨)을 달라"는 소년의 외침처럼 할머니와 소년의 거리는 나이차만큼이나 극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할머니는 설교 대신 큰 사랑으로 소년을 감싸 안는다. 결국 소년은 투항의 징표로 할머니께 그림엽서를 만들어 드린다. (벙어리여서 전화를 못하는) 할머니가 위독할때 자신에게 이 엽서를 부쳐달라는 말과 함께. 일상의 작은 에피소드들로 꾸며져있어 영화가 오히려 더 진솔하다. 배우가 아닌,"산골할머니" 김을분씨를 캐스팅한 점도 그렇다. 검버섯이 핀 까무잡잡한 얼굴과 밭일로 굵어진 손마디가 농부로 살아온 평생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러나 오락성은 적다. 스타가 없고 무대는 산골집으로 한정된다. 스토리라인도 매우 단순하다. 연극이나 단편영화로 만들 수도 있는 작품을 장편으로 늘린 듯 싶다. [ 몽중인 ] "몽중인"은 배우 이경영이 "귀천도"이후 6년만에 연출한 작품이다. 그는 여기서 감독뿐 아니라 각본 주연 제작 등 네가지 역할을 맡았다. "몽중인"은 여러 겹의 슬픈 사랑들에 관한 얘기다. 시나리오 작가 이윤호(이경영)와 불치병에 걸린 딸 유메(정인선),윤호와 치매을 앓고 있는 아버지(송재호),또 윤호를 짝사랑하는 소라(하희라) 등의 어긋난 애정구도에서 출발한다. 유메는 깜찍하고 사려깊은 행동으로 주변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지만 정작 본인은 슬픔의 주인공이다. 윤호는 숨진 전처 하나꼬에 대한 그리움을 유메에 대한 사랑으로 치환하고 있으며 하나꼬의 친구였던 일본인 소라는 윤호를 연모한다. "가슴속에 묻은 사람"들이 제각기 다르다. 등장인물들은 그런 안타까움속에서도 소중한 사람들의 곁을 변함없이 지킨다. 그것이 본분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만남이 이별을 예고하듯,이별은 새로운 만남을 기약한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록페스티벌이 한창 고조될때 죽음의 그림자가 유메를 엄습한다. 유메가 간 세상이 현실인지,그가 살았던 이승이 꿈인지 알 수 없다. 꿈(夢)이란 뜻의 일본이름인 유메는 "장자의 나비꿈"을 연상시키려는 의도에서 지어졌다. 록페스티벌 경연장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풍차모양의 바람개비,종이비행기,불꽃놀이는 화려하지만 생명력은 짧다. 그것은 곧 멈춰버리거나 공중에서 떨어져 사라질 것만 같다. 유메가 소라와 아빠를 주인공으로 단편영화를 연출하는 장면은 두가지를 시사한다. 이승의 자취를 남기고 싶은 소망과 소라와 아빠를 맺어주고픈 바람이다. 충주호반의 아름다운 풍광이 관객의 정서를 부양하는 효과를 거둔다. 그러나 장면과 장면간의 연결은 매끄럽지 못하다. 이미지의 파편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어서다. 이경영과 가까운 사이인 김민종 윤다훈 김보성 권해효 등 연기자들과 전인권 박학기 여행스케치 등 가수들이 우정 출연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