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11일 자본주의 상징인 1백10층의 세계무역센터가 비행기 테러로 무너지고 말았다.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은신하고 있다고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부시 정부가 세계 각국과 반테러 연합을 구성해 라덴과 같은 과격 테러리스트를 응징할 작전을 준비하는 지금 세계는 21세기 첫 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다. 6일 오후 10시50분에 방송되는 SBS TV '문성근의 다큐세상-그것이 알고 싶다'는 서구적인 시각에서 탈피해 이번 테러사건을 재조명해 보고 전쟁 이외에 테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본다. 이를 위해 제작팀은 전쟁이 임박한 파키스탄·아프간 국경지역과 파키스탄내 아프간 난민촌 현장을 직접 취재했다. 레바논내 무장투쟁조직 중 하나인 헤즈볼라를 방문해 헤즈볼라의 대변인 및 전사들과 인터뷰한 내용도 내보낸다. 세계의 이목이 쏠린 파키스탄과 아프간 국경지역 페샤와르. 전쟁을 피해 탈출하는 난민행렬이 줄을 잇는 이곳은 벌써 전쟁 분위기다. 하지만 난민촌 사람들 대부분은 전쟁이 일어나면 고국으로 들어가 나라를 지키는 성스러운 전쟁인 '지하드'에 참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제작진은 몇 차례 자살폭탄테러를 벌여온 헤즈볼라를 어렵게 설득해 현장에서 일주일 동안 취재했다. 이스라엘군과의 전투에서 부상당하거나 10년 넘게 이스라엘 감옥에 억류됐다는 헤즈볼라 전사들은 자신들의 활동은 '테러'가 아닌 민족생존을 위한 '무장 저항'이라고 항변했다. 특히 제작진은 무차별 공습으로 수백명의 부녀자와 아이들이 학살당했다는 남부 레바논 카나마을의 처참한 생활상을 통해 그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생생하게 전한다. 최태환 PD는 "무슬림들이 말하는 '지하드'와 그 깊은 분노의 실체는 생존을 위한 절박함과 평화를 향한 강한 열망이라는 '역설적인 진실'"이라며 "테러에 대한 전쟁보다 무슬림들의 빈곤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테러 방지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