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엔 벌써 "블록 버스터"의 시즌이 시작됐다.

블록 버스터는 여름 극장가를 겨냥,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해 만든 영화.

연간 수입의 40% 가량이 여름에 들어오다보니 제작.투자사들은 일종의 대목 시즌에 걸맞는 야심작들을 대거 내놓는다.

"글래디에이터""미션 임파서블2""패트리어트"등 올해 야심작들은 이달초부터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국내 영화인 "비천무"는 7월초에 개봉될 예정이다.

3일 첫 테이프를 끊는 "글래디에이터"(Gladiator)는 드림웍스사가 1억1천만달러를 투자해 만든 영화다.

로마를 배경으로 한 서사극이란 점에서 이채롭다.

로마를 무대로 한 영화는 제작비가 많이 들고 관객들에 별로 어필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선지 헐리우드에서 수십년동안 외면돼왔던 소재다.

오랫만에 대하는 로마영화인데다 스펙타클한 액션장면도 많아 볼 만하다.

배경은 로마의 대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죽기 직전인 A.D 2세기말.

그가 총애하는 막시무스(레셀 크로우)장군은 게르마니아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황제는 자신이 죽으면 공화정으로 넘어갈때까지 왕위를 지키라는 유언을 남긴다.

그러나 왕위를 빼앗기게 된 황제의 아들 코모두스(호아퀸 피닉스)는 황제를 살해하고 왕위를 이어받은 막시무스와 그의 가족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은 막시무스는 노예로 전락하고 아프리카에서 검투사로 둔갑하게 된다.

검투사는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운명이다.

코모두스에 대한 복수심에 불 탄 그는 검투에서 매번 이겨 마침내 로마에서 열리는 검투대회에 참가하는 기회가 찾아온다.

로마로 돌아온 그는 사랑했던 황제의 누이인 루실라(코니 닐슨)를 다시 만난다.

검투대회에서 살아난 그는 로마시민들의 영웅이 되고 황제는 그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분노하지만 민중이 두려워 막시무스를 죽이지 못한다.

막시무스는 아직도 그를 사랑하는 루실라의 도움으로 옛 부하를 만나고 원로원의 한 의원과 반란을 도모하지만 코모두스에게 발각되는데...

초반 10분 로마군대와 게르만족간에 펼쳐지는 전투장면은 "라이언일병 구하기"에 버금갈 정도로 장렬하면서 사실적이기도 하다.

말과 병사들의 피 튀기는 혈전,1만6천개의 불화살과 투석기가 날라가는 장면등은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콜롯세움에서 막시무스가 대전차와 벌이는 혈투도 "벤허"를 연상시킬 정도로 생생하다.

"에이리언""브레이브 하트"에서 스펙터클 액션대작의 정수를 보여줬던 리들리 스콧감독과 전투신 총지휘자 니콜라스 포웰은 생동감 넘치는 전투장면 등 "볼거리"를 제공하는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영화 제작팀은 26m 높이의 콜롯세움 1층 부분을 만들고 수천명의 엑스트라를 관중으로 동원하고 나머지는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하는 방법으로 콜롯세움과 로마시대 건축물을 깔끔하게 재현했다.

리들리 스콧감독은 그답지 않게 영화를 엉성하게 마무리 한 것 같다.

황제 코모두스가 자신을 배반한 누이를 제거하지 않고 감싼 것은 가족간의 사랑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지만 로마제국의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게다가 수 만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황제가 검투사(막시무스)와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