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 링우드 "韓 지방 스타트업 경쟁력 충분…'내가 잘났다' 자신감 가져야"
‘슬러시’는 세계 4대 스타트업 축제로 꼽힌다. 2008년 시작돼 해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다. 대학생과 자원봉사자들이 행사를 이끄는 주축이란 점이 특징이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스핀오프 행사 ‘슬러시드’를 열고 있다.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진흥이란 취지를 내세워 덴마크 오르후스, 뉴질랜드 웰링턴 등 세계 도시를 돌고 있다.

행사 책임자인 나탈리 링우드 슬러시드 총괄(사진)은 지난달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지역 창업가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부산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슬러시드 행사가 열려 1000여 명이 현장을 찾았다.

링우드 총괄은 2000년생 대학생이다. 고교 시절 자원봉사자로 슬러시에 참가했다가 핀란드 알토대에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축 멤버가 됐다. 슬러시는 알토대 창업동아리를 중심으로 시작돼 현재는 유럽권 16개 대학 연합단체로 발전했다. 링우드 총괄은 “20~50명의 활동가, 1500명의 자원봉사자가 행사를 꾸린다”며 “대부분 20대이고 활동 기간은 평균 2년”이라고 설명했다.

슬러시드 특유의 젊은 분위기는 네트워킹이 주요 목적인 창업가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는 “슬러시는 테크노 음악이 나오는 나이트클럽에다 비즈니스를 살짝 얹은 느낌”이라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열정과 연대를 뜻하는 ‘슬러시 매직’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번 부산 슬러시드 행사에선 28개 지역 스타트업이 기업 부스를 차렸다. 링우드 총괄은 이들에 대해 “마린이노베이션처럼 사업 모델 자체가 글로벌 잠재력이 충분한 곳이 많다”고 분석했다. 마린이노베이션은 해조류 부산물로 친환경 일회용품을 만드는 회사다. 창업가들이 조금 더 거칠어질 것도 당부했다. 그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선 차라리 ‘내가 잘났다’는 자신감이 중요할 때가 있다”며 “미국 창업가들이 잘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슬러시드는 까다로운 개최 조건으로 유명하다. 각국 기관의 신청을 받아 행사를 위탁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정부나 대기업은 주최할 수 없다. 민간 주도로 공익을 달성한다는 근간을 지키기 위해서다. 국내에선 스타트업 민간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주관기관으로 승인받았다. 승인 절차에서 지역 창업가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구체적 방법을 따져 묻는다. 링우드 총괄은 “투자 유치 기회가 적은 지역 스타트업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며 “안타깝게도 이는 글로벌 지역 도시가 공통으로 겪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슬러시드는 현재까지 7개 국가에서 개최됐고, 하반기 13개 국가에서 열릴 예정이다. 2030년까지 100개국 창업가를 만난다는 목표다.

링우드 총괄은 중장년층과 젊은이들의 커뮤니티를 잇는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15세이든 99세이든 아이디어를 갖고 세상을 바꿀 준비가 됐다면 그 사람은 슬러시 정신을 지닌 창업가”라며 “이곳에서 배운 정신을 바탕으로 또 다른 연결을 이뤄내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