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 테크 2023'의 관람객들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와의 대화' 세션을 보기 위해 공연장 ‘돔 드 파리’에 몰렸다. 사람들은 이날 새벽부터 줄을 섰다. 현장은 유명 가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사진=이태호 픽쿨 대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 테크 2023'의 관람객들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와의 대화' 세션을 보기 위해 공연장 ‘돔 드 파리’에 몰렸다. 사람들은 이날 새벽부터 줄을 섰다. 현장은 유명 가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사진=이태호 픽쿨 대표
“당신을 소개할 필요가 없겠죠. 당신 이름이 곧 브랜드니까. 혁신과 야망 그리고…”
“퍼퓸(향수)이요? 하하하”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15구의 실내 공연장 ‘돔 드 파리’. 4600석 규모의 이 돔형 건물 입구엔 아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유명 가수의 공연이라도 열리는 걸까요. 주변 인파는 어느새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빽빽해졌습니다. 티켓 가격은 최고 620유로(약 87만원). 이들은 모두 한 남자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이젠 전 세계 혁신과 야망의 대명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입니다.



머스크는 지난주 유럽에 있었습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잇달아 만났습니다. 이후 향한 곳은 유럽 최대 스타트업 박람회 ‘비바 테크놀로지 2023’. 현지에서 그의 인기는 흡사 록스타를 방불케 했습니다. 비바 테크는 한국의 코엑스와 비슷한 ‘파리 엑스포 포르트 드 베르사유’에서 개최했지만, ‘머스크와의 대화’ 세션은 많은 관중이 참석할 수 있는 돔 드 파리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테슬람이 간다>는 파리에서 만난 머스크를 조명합니다. 테크 뉴스 전문 스타트업 ‘픽쿨(Pickool)’의 이태호 대표가 현장을 찾았습니다. 픽쿨은 애플, 구글, 테슬라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실적발표 등을 깊이 있게 분석해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2년 연속 비바 테크를 취재했습니다. 이 대표에게 당시 현장 분위기와 머스크를 직접 본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비바 테크 2023 '머스크와의 대화' 세션에 참석한 이태호 픽쿨 대표.
비바 테크 2023 '머스크와의 대화' 세션에 참석한 이태호 픽쿨 대표.
▶비바 테크는 유럽 최대 스타트업 박람회라고 하는데, 국내에선 다소 생소합니다. 현장에서 접한 이 행사의 위상은 어느 정도였나요.

안녕하세요, 픽쿨 대표 이태호입니다. 비바 테크는 올해 8회째로 런던 ‘테크 위크’, 리스본 ‘웹 서밋’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럽의 3대 테크 행사입니다. 주최 측 발표에 따르면 사흘간 15만명이 방문했습니다. 전시 참여 기업만 2800곳에 달합니다.

주요 연사로 마크롱 대통령, 머스크 테슬라 CEO, 인공지능(AI) 석학 얀 르쿤 뉴욕대 교수,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 댄 슐만 페이팔 CEO,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참여했습니다. 과거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팀 쿡 애플 CEO도 참석한 바 있습니다.

국내에선 유럽 IT 행사라고 하면 바르셀로나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MWC는 이동통신 산업이 중심입니다. 한국엔 삼성전자, SK텔레콤, KT 등 관련 대기업이 많은 만큼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MWC의 위상이 예전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부상한 AI 산업은 앞서 열거한 테크 박람회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조업 중심의 프랑스는 첨단 IT 산업을 키우는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올해 비바 테크도 AI를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머스크 이야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올해 비바 테크의 주인공이었다는데요.

비바 테크의 콘퍼런스 세션은 스테이지 1부터 3까지 나눠서 진행됩니다. 세션 좌석 수는 200석부터 500석까지 다양합니다. 머스크 세션만 유일하게 돔 드 파리에서 열렸습니다. 작년엔 쓰지 않았던 공간입니다. 보통 록스타나 유명 인사가 콘서트를 하기 위해 대여하는 곳입니다. 4600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주최 측에서도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던 겁니다.

머스크 세션은 16일 오후 4시에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현장에선 새벽부터 수백미터에 달하는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예약제가 아니고 줄 선 순서대로 입장시켰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유명 가수 콘서트장이 아닌가 싶은 정도였어요. 저는 미디어 취재 신분으로 간신히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행사장에 못 들어간 수많은 관객이 머스크가 떠나는 모습을 보기 위해 그의 차량 앞에서 대기하고 있더군요. 연예인 팬들이 따로 없었습니다.



▶머스크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행사장 안의 분위기도 뜨거웠습니다. 머스크가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었습니다. VIP 참석자, 미디어 관계자, 일반 관중 할 것 없이 머스크가 등장하자 모두 일어나 손뼉을 치며 환호했습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기도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일론, 사랑해요!”라고 외쳤습니다. 테크 업체의 CEO보다 BTS를 맞이하는 듯한 분위기였어요.

머스크와의 대화는 딱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습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자율주행, AI, 표현의 자유 등 그의 평소 생각을 다시 풀어내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도 머스크가 실없이 웃을 땐 모든 관객이 함께 웃었고, 그가 비전 가득한 메시지를 던질 땐 열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16일 프랑스 파리에서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가운데) 가족과 점심식사를 한 후 사진을 찍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왼쪽부터 차남 알렉상드르 아르노 티파니앤코 부사장, 머스크의 어머니인 메이 머스크, 아르노 회장, 머스크 CEO, 장남 앙투안 아르노 베를루티 CEO.  /사진=메이 머스크 트위터
지난 16일 프랑스 파리에서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가운데) 가족과 점심식사를 한 후 사진을 찍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왼쪽부터 차남 알렉상드르 아르노 티파니앤코 부사장, 머스크의 어머니인 메이 머스크, 아르노 회장, 머스크 CEO, 장남 앙투안 아르노 베를루티 CEO. /사진=메이 머스크 트위터
▶실제로 본 머스크는 어떤 느낌이던가요.

픽쿨은 테슬라의 분기 실적발표나 ‘투자자의 날’ 등 주요 행사 때마다 관련 콘텐츠 발행을 위해 화면 속 머스크를 자주 접했는데요. 실제로 본 머스크는 예상보다 키가 훨씬 커 보였습니다(188cm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과장된 몸짓이나 기행으로 알려진 것과 다르게, 매우 차분하고 다소 수줍어했습니다. 행사 도중 “우리 어머니가 이 행사를 저기서 보고 계시다”고 말할 정도로 인간적인 모습도 보였습니다.

비바 테크를 주최한 퍼블리시스그룹 등 관계자들은 트위터가 유럽연합(EU)이 제시한 데이터법을 따를지 여부가 큰 관심사였습니다. 이 법안은 기업이 제3자에 데이터 공유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반발을 불렀습니다. 이 주제가 나오자 머스크가 언사에 조심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를 제외하면 그는 매우 유쾌했고 농담도 자주 던졌습니다.

▶픽쿨에서 테슬라 관련 콘텐츠를 많이 다뤘습니다. 테슬라를 어떤 기업으로 보시나요.

테슬라는 전기차라는 시장을 열었습니다. 향후 이 시장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가 관건입니다. 현재는 고객 수요에 집중하면서 비용 절감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전 세계 차량 보급률 1%에 불과한 ‘비전 가득한 사업자’입니다. 결국 전기차에 가장 중요한 보급형 배터리가 얼마나 확산할지에 따라 혁신적인 기업이 될지, 시장 개척자로만 역사에 남을지 갈릴 것으로 봅니다.
지난 1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테슬라 건물 앞에 주차된 모델Y. /사진=AFP
지난 1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테슬라 건물 앞에 주차된 모델Y. /사진=AFP
▶끝으로 <테슬람이 간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비바 테크의 머스크 세션은 그동안 본인이 전한 비전을 정리하는 ‘특강’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머스크는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에 견줄만한 ‘비저너리 CEO’입니다. 그가 밝힌 △지속가능한 지구 △다행성 종족 △초지능 인류 등의 거대한 꿈이 테슬라, 스페이스X, 뉴럴링크 등 본인의 사업과 각각 연결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곤 합니다.

테슬라에서 일하는 인재들이 삼성전자나 네이버 등 국내 대기업 직원들과 역량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리더의 비전인 셈입니다. 목표가 ‘시장 점유율 확대’인 조직과 ‘지구를 구한다’는 조직은 생각의 폭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머스크를 지켜보며 한국에서도 기업을 장기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비전 있는 기업가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