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동통신 3사의 5세대(5G) 통신 서비스 속도 부당 광고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동통신 3사의 5세대(5G) 통신 서비스 속도 부당 광고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24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5세대(5G) 통신 데이터 전송 속도를 25배 부풀려 광고했다”며 총 3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에 부과된 과징금으론 2017년 독일 아우디폭스바겐의 배출가스 표시광고 사건(373억원) 후 역대 두 번째 규모다. 공정위는 “통신 3사가 이론상 최고 속도만 표시해 광고했다”며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전송 속도를 표기해야 소비자가 오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통신 3사는 공정위 제재에 맞서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5G 광고 뻥튀기

공정위 "통신사, 5G 속도 25배 부풀려"… 336억 과징금
통신 3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SK텔레콤 168억2900만원, KT 139억3100만원, LG유플러스 28억5000만원이다. 각사 매출을 감안해 결정됐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공표명령도 내렸다. 공정위가 통신서비스 속도에 대해 부당 광고행위로 제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통신 3사는 2017~2018년부터 회사별로 2~4년간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5G 속도에 대해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20배 빠른 20Gbps’ ‘HD(고화질)급 2GB 영화 한 편을 0.8초 만에 다운로드’ 등의 광고문구를 내걸었다.

그러나 20Gbps는 기술표준상 목표 속도일 뿐 통신 3사가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대역폭으론 구현할 수 없는 속도다. 고주파 대역을 지원하는 휴대폰 단말기도 출시되지 않았다. 소비자가 이용할 수 없는 속도라는 것이다. 2021년 3사의 5G 전송 속도는 평균 0.8Gbps로 광고문구상 20Gbps의 25분의 1에 그쳤다.

광고기간 전체로 보면 평균속도는 20Gbps의 약 3∼4% 수준인 656∼801Mbps였다. 같은 기간 LTE 속도의 3.8∼6.8배 수준이었다.

통신 3사는 객관적 근거 없이 자사 5G 서비스 속도가 경쟁사보다 빠르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예컨대 ‘5G 속도도 SK텔레콤이 앞서갑니다’ ‘전국에서 앞서가는 KT 5G 속도’ ‘타사 대비 4배 빠른 LG유플러스’ 등의 광고가 이에 해당한다.

“실제 속도 적시해야”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신 3사가 부당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5G 서비스 가입을 유인하고 고가 요금제 가입을 강제해 상당한 부당 이득을 얻었다”고 밝혔다.

통신 3사는 심의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지도에 따라 2.1∼2.7Gbps가 ‘이론상 최고속도’이고 ‘실제 속도가 사용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표시했으므로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행정지도에 따르더라도 표시광고법상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며 “부당광고 규제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아니라 공정위 소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21년) 삼성전자의 공기청정기 부당 광고 관련 대법원 판례에서 보듯, 실험 조건과 실제 사용 환경이 완전히 다를 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소비자가 짐작할 수 있도록 내용을 기재해야 한다”고 했다. 이론상 최고속도를 광고에 표기할 땐 실제 속도와 얼마나 다른지 소비자가 파악할 수 있게 표기하거나 이론상 최고속도가 날 수 있는 구체적 조건을 적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통신 3사는 행정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 표준 단체인 전기통신표준화부문(ITU-T)이 제시한 5G 정의를 기준으로 집행한 광고를 공정위가 위법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통신 기술을 소비자에게 와닿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표현한 광고 문구 하나하나를 문제 삼는 건 과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정위가 과장이라고 판단한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문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9년 4월 발표한 ‘세계 최초 5G 상용화’ 기념 연설문에도 나온 문구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존보다 빨라진 속도를 강조하려면 이론상 속도를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며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시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슬기/정지은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