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오른쪽)과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오른쪽)과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삼성디스플레이가 BMW와 아우디에 이어 슈퍼카 브랜드인 페라리에도 자동차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공급한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페라리에 전장(전자 장비), 페라리 관계회사인 세계 6위 자동차업체 스텔란티스에는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페라리·스텔란티스와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삼성이 자동차 OLED·전장·배터리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량 OLED 시장, 매년 26%↑

삼성디스플레이는 11일 충남 아산캠퍼스에서 페라리와 차세대 자동차 모델에 탑재할 디스플레이 솔루션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날 MOU 체결식에는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MOU에 따라 페라리에 자동차용 OLED를 개발·공급한다. 구체적 공급 시점과 제품 사양, 규모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회사는 2017년 아우디 A8에 5.7인치 OLED를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에는 아우디 전기차인 ‘e-트론’에 OLED를 납품했다. 2021년에는 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 5’, 지난해에는 BMW그룹 미니의 ‘에이스맨’에 OLED를 공급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기술 역량을 끌어올리면서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1월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는 ‘뉴 디지털 콕핏(자동차 조종석)’을 처음 선보였다. 화면 좌우가 700R(반지름 700㎜ 원이 휘어진 정도)로 구부러지는 기술을 적용해 운전자가 주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신제품을 앞세워 페라리를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납품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략에 나선 자동차용 OLED 시장 규모는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OLED 시장 규모는 2023년 2억6960만달러(약 3530억원)에서 2027년 11억6919만달러(약 1조5320억원), 2029년에는 13억9041만달러(약 1조8210억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3~2029년 연평균 증가율은 2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페라리도 뚫은 삼성 OLED…"전장 영토 확장"

삼성SDI·하만, 전장·배터리 사업 가속

삼성그룹과 페라리·스텔란티스의 사업 접점도 한층 넓어지고 있다. 페라리와 스텔란티스는 이탈리아 엑소르그룹 계열사다.

삼성전자의 자동차 전장 자회사인 하만은 올해 초 페라리와 전장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하는 제품은 운전자의 차량 운행 지원 시스템인 ‘레디 케어’로 추정된다. 스텔란티스는 지난달 22일부터 삼성SDI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양사는 최대 31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해 2025년 1분기부터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과 엑소르가 긴밀한 관계를 맺는 이면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존 엘칸 엑소르 회장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회장은 2010년 12월 엘칸 회장이 방한했을 당시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5층 귀빈식당에 초대해 사업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엘칸 회장의 제안으로 2012~2017년 엑소르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엘칸 회장은 피아트 창립자 잔니 아넬리의 외손자로 엑소르가 거느리는 스텔란티스와 페라리의 회장을 맡고 있다. 인수합병(M&A)을 주도해 스텔란티스를 출범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