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 용인 반도체단지 등 15개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6대 첨단산업을 총력 지원하기로 한 것은 첨단산업과 기술이 경제 성장뿐 아니라 국가 안보를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중 갈등과 경제 블록화로 각국이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우리만 손놓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첨단 공장은 국내에, 생산 공장은 해외에 짓는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尹 “민간 투자, 정부가 확실히 지원”

'마더팩토리'는 국내, 해외선 양산…尹 "첨단산업은 안보 전략자산"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첨단산업은 핵심 성장 엔진이자 안보 전략 자산이고, 일자리 및 민생과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더 성장하기 위해선 민간 투자를 정부가 확실히 지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회의에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 미래차, 로봇 등 6대 첨단산업에 2026년까지 550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가 이뤄지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550조원은 산업통상자원부가 2026년까지 6대 첨단산업에 대한 국내 기업의 투자 계획을 파악해 내놓은 수치다.

첨단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전국 15개 지역을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했다.

반도체는 새로 조성될 용인 산업단지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중심으로 키워 기존 생산단지(경기 기흥 화성 평택 이천)와 소재·부품·장비 기업, 팹리스밸리(경기 성남시 판교)를 잇는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바이오는 세계 1위 탈환·달성, 미래차는 글로벌 3강 진입, 로봇은 첨단 로봇 제조국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는 현재 1위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 투자를 확대해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고 2차전지는 3년 내 국내 생산량을 50% 이상 늘릴 방침이다. 자동차는 전기차 생산 규모를 다섯 배로 확대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첨단 기술과 최첨단 설비를 갖춘 공장(마더팩토리)은 국내에 구축하고 생산 공장은 해외에 짓는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말했다. 기술 유출 우려를 불식하면서 코로나19 이후 확산하는 강대국의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균형 발전’ 위해 전국에 15개 산단

정부는 업계 요청으로 반도체 산업단지와 클러스터를 수도권에 두기로 했지만 나머지 14개 국가산단은 균형 발전을 위해 전국에 분산하기로 했다. 정부는 산단 후보지 선정 때 기업의 입주 의향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5개 산단 모두 주력 기업이 될 앵커기업은 거의 확약 수준의 투자 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말했다.

충청권에선 대전 유성구(나노·반도체), 충북 청주 오송(철도), 충남 천안 성환읍(미래 모빌리티)과 홍성 홍북읍(수소·미래차·2차전지)이 후보지로 선정됐다. 호남에서는 광주 광산구(미래차 핵심 부품), 전북 익산 왕궁면(식품)과 완주 봉동읍(수소저장·활용 제조업), 전남 고흥 봉래면(우주 발사체)이 첨단산업기지로 조성된다.

대구·경북권에선 대구 달성군(미래자동차·로봇), 경북 안동 풍산읍(바이오의약), 울진 죽변면(원전 활용·수소), 경주 문무대왕면(소형모듈원전)이 후보지다. 경남 창원 북면에서는 방산·원자력, 강원 강릉 구정면에선 천연물 바이오산업이 중점 산업으로 육성된다.

정부는 이번 산단 조성 계획에 따라 그린벨트, 농지 등의 입지 규제를 사상 최대 규모로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15개 국가산단 중 일부는 2026년 말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소현/좌동욱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