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전문 고등학교(마이스터고) 신설을 추진 중인 용인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고졸 우수 인력을 ‘입도선매’한다. 생산라인 인력을 원활하게 충원하는 동시에 고졸 청년을 반도체산업 현장에서 ‘기술 장인’으로 육성하겠다는 설명이다.

1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르면 이달 ‘용인 반도체마이스터고’(가칭) 설립과 관련해 용인시와 협력 및 지원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반도체마이스터고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반도체업계의 인력 수요와 연계해 맞춤형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교육기관이다. 교육부의 지정 허가를 받아 설립한다. 현재 충북 음성에 한 곳이 있다. 용인시는 2025년 3월 개교를 목표로 반도체 제조, 장비, 소재, 인공지능(AI) 등 4개 학과, 15개 학급, 정원 총 300명 규모의 학교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협약 체결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마이스터고 설립을 지원한다. 개교 이후에는 현장 실무 노하우 등을 전수하며 학과 운영 등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우수 졸업생은 특별채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반도체인력 절반 '고졸 엔지니어'
인천·원주도 마이스터고 설립 나서

삼성·SK, 반도체 고졸인력 입도선매
고졸 엔지니어 인력은 반도체산업에서 ‘뿌리’ 역할을 한다. 주로 반도체 생산 라인에 배치돼 설비의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한다. 국내 반도체산업 종사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고졸 인력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2021년 기준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산업에 종사하는 고졸 인력은 5만6130명으로 대졸 인력(2만948명)의 두 배가 넘는다.

수요가 상당하지만 공급은 항상 부족한 상황이다. 2020년 기준 국내 반도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추가 인력은 총 1621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55.1%인 894명이 ‘고졸 인력’이었다. 최근 현장 전문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대우와 위상이 높아졌지만 “업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4조 3교대 근무’ 등의 여파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마이스터고와 협약을 맺어 우수 고졸 인재를 유치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계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사장)은 지난해 6월 열린 ‘2022 대한민국 고졸 인재 채용 엑스포’에서 “삼성의 반도체 인력 중 고졸 인재 비중이 20%를 넘는다”며 “고졸 인재 채용 규모를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우수 고졸 인력을 채용하면 현장에서 기술 전문가로 키울 수 있다”며 “사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했다.

기업들의 관심이 본격화하면서 반도체마이스터고 신설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현재 용인 외에 인천시와 강원도도 반도체마이스터고 설립을 위해 뛰고 있다. 인천시는 AMKOR, 스태츠칩팩 등 인천에 생산시설을 둔 패키징(웨이퍼 상태의 칩을 기기에 부착 가능한 상태로 가공하는 것) 업체와의 협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강원도는 경제부지사로 삼성전자 DS부문 임원 출신 인사를 영입할 정도로 반도체산업 육성에 관심이 크다.

교육부는 기업 참여, 실습 시설 투자, 교원 확보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오는 7월께 최대 네 곳의 반도체마이스터고를 선정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고졸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며 “인력 수요가 많기 때문에 신설되는 학교들의 취업률도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최만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