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을 거치면 인재가 된다"…열일하는 이랜드의 '에이스' 조직 [박종관의 유통관통]
이랜드가 유통업계의 '인재 사관학교'로 떠오르고 있다. 식품, 패션 등 유통업계 전반에 이랜드 출신 인재들이 적을 옮겨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30대 최고경영자(CEO)를 여럿 배출할 만큼 젊은 인재를 압축 성장시키는 이랜드 특유의 인사시스템과 조직문화가 이랜드를 유통 전문 인재 양성의 산실로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 시장에 '반값 치킨' 열풍을 불러온 홈플러스의 히트 상품 '당당치킨' 개발의 주역은 이랜드 외식사업부에서 영입한 인물들이다. 세계 3대 요리 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 출신으로 이랜드 애슐리에서 일한 한상인 홈플러스 메뉴개발총괄이사가 대표적이다. 한 이사를 비롯해 이랜드 외식사업부에서 넘어온 인재들은 홈플러스 델리(즉석조리) 코너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패션업계에선 이랜드의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 출신 인재들이 맹활약 중이다. 김지헌 전 이랜드 스포츠 브랜드 총괄은 지난해 휠라코리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승필 비와이엔블랙야크 사장도 이랜드 출신이다. 김 사장과 정 사장 모두 이랜드에서 뉴발란스를 담당한 경험이 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젊고 유능한 이랜드 출신 인재들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이직하면서 특히 실무를 담당하는 허리급에 이랜드 출신 직원이 없는 유통회사는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랜드가 유통업계의 인재 사관학교로 떠오른 배경엔 이랜드만의 독특한 인사시스템과 조직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랜드는 젊은 CEO를 길러내기 위해 그룹 내 핵심 조직인 전략기획본부(ESI)에서 일할 인재를 별도로 채용하고 있다.

ESI는 회사 내 컨설팅 조직으로 활동하며 프로젝트 단위로 각 사업부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ESI에선 스타트업처럼 일하며 부서에 얽매이지 않고 기획과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다. 이 같은 경험을 발판 삼아 단시간 내에 성장한 젊은 인재들이 몸값을 올려 이직하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이랜드 출신 인재가 퍼져나가고 있다.

능력이 뛰어난 이랜드 인재들이 경쟁사로부터 이직 제안을 많이 받기도 하지만 '절이 싫어서 중이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랜드는 업계에서 '일랜드'로 불릴 정도로 업무 강도가 높기로 유명한 회사다. 철저한 능력주의 문화로 30대 CEO가 나오는 만큼 나이 어린 상사를 모셔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문화를 받아들지 못하는 직원들은 스스로 짐을 싸서 이랜드를 떠나고 있다. 쾌속 승진이 이뤄지는 ESI 조직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그룹 전반적으로 성장이 정체됐다는 점도 직원들의 이직을 부추기는 이유로 꼽힌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