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동차인’에 오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아이오닉 5 옆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미국의 유력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동차인’에 오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아이오닉 5 옆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들어 글로벌 권위의 주요 자동차상을 휩쓸며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자동차 본고장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제품과 회사, 경영진이 돌아가며 상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시행한 ‘2023년 내구품질조사(VDS)’에서 전체 1위에 올랐다. VDS는 차량 구입 후 3년이 지난 소비자를 대상으로 184개 항목의 내구 품질 만족도를 조사한다. 이후 100대당 불만 건수를 수치화해 발표한다. 점수가 낮을수록 품질 만족도가 높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에서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16개 자동차그룹 가운데 가장 좋은 점수인 160점을 기록했다. 도요타그룹(163점)과 제너럴모터스(165점)를 제친 1위다. 기아가 일반 브랜드 중 최상위(152점)에 올라 그룹의 1위를 이끌었고, 제네시스는 고급 브랜드 중 2위(144점)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들어 글로벌 권위의 자동차 상을 잇달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자동차 업계의 오스카상’으로 꼽히는 북미 올해의 차에서 EV6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 올해의 차로 뽑힌 데 이어 정의선 회장은 미국 유력 매체 모터트렌드가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로 꼽혔다.

유럽 자동차 강국에서도 호평받고 있다. 독일 매체 아우토빌트는 ‘최고의 수입차’로 GV70와 G80, 베이온과 시드(유럽 전용 모델)를 꼽았다. 영국 BBC의 유명 자동차 프로그램 톱기어가 선정하는 최고의 패밀리카에는 투싼이 뽑혔다. 과거 “현대차는 냉장고에 바퀴가 달린 제품과 같다”며 조롱한 적이 있는 톱기어의 평가는 현대차그룹의 위상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나날이 시장이 커지고 있는 인도에서도 기아 카렌스(현지 전략 모델)가 ‘인도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인도 시장에서 80만7067대를 판매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글로벌 위상 변화는 품질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란 평가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기에 개발한 것이 현대차그룹의 질주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8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경영을 맡은 정 회장은 곧 전기차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판단하고 전용 플랫폼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경쟁 브랜드보다 한발 빠른 결정으로,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시장 확대에 맞춰 내놓을 수 있었다.

E-GMP를 장착한 아이오닉 5와 EV6는 각각 최고 권위의 세계 올해의 차, 유럽 올해의 차를 휩쓸며 현대차그룹의 선봉장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달 모터트렌드는 정 회장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면서 “그는 세계와 산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과 함께 전기차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EV6가 받은 유럽 올해의 차 심사를 맡았던 프랑크 얀센 위원 또한 “현대차와 기아가 그동안 들인 노력에 대해 보상받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