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도 웨어러블 기기로 손쉽게 재활 치료…의료 사각지대 없애겠다"
근육에 큰 문제가 생겨 치료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재활 운동을 한다. 뼈와 주변 조직 등 근골격계에 통증이나 손상이 생겨도 비슷한 치료를 받는다. 관련 질환은 목, 허리, 팔, 다리 등 다양한 곳에 나타날 수 있다. 환자들은 병원에서 기구로 재활 운동을 하거나 약물 치료를 받는다. 재활 운동을 할 정도면 일반적으로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재활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보통 2년 정도라서 환자는 병원에서 치료를 계속 받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첨단 기술로 해결하려는 기업이 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엑소시스템즈 얘기다.

이후만 엑소시스템즈 대표(사진)는 22일 “뇌졸중을 겪은 사람은 치료 뒤에도 신체 일부에 마비가 오고 근육은 줄어 재활 치료가 평생의 숙제가 되지만 집에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며 재활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엑소시스템즈는 재활 운동을 돕는 인공지능(AI) 기반의 근골격계 디지털 치료기를 개발하고 있다. 첫 제품은 2019년에 만든 ‘엑소리햅’이다. 주로 무릎 부위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계다. 엑소리햅을 착용하면 주변 근육 상태를 파악해 각종 운동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전기 자극도 가해 운동을 돕는다.

엑소시스템즈의 경쟁력은 근육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근육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인 바이오마커를 집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이 대표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분석 기기와 성능이 똑같다고는 할 순 없지만 일반적으로 필요한 성능은 충분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엑소시스템즈는 병원에서 연구용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업 간 거래(B2B)용 제품도 만들고 있다. 2017년에 설립된 엑소시스템즈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카카오벤처스, SBI인베스트먼트, 라구나인베스트먼트, 기술보증기금 등으로부터 50억원 이상 투자금을 유치했다. 2020년에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혁신상도 받았다.

이 대표는 개인 경험에서 창업 아이템을 찾았다. 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로봇공학 연구원 출신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이 대표는 경기를 하다가 다쳐 오랜 기간 근육을 쓰지 못했다. 재활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한동안 고생했다. 이 대표는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근육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돌아가신 할머니 모습도 생각나면서 재활 로봇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착용형 외골격 로봇을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 초기에는 재활 로봇을 만들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큰 호응이 없었다. 이후 사업 아이템을 근육 분석과 재활 운동 지원 프로그램으로 변경했다.

엑소시스템즈는 첫 번째 제품을 개선한 ‘엑소필’이라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제품 디자인은 기존의 벨트형에서 작은 원형으로 바뀌었다. 무릎 외에 어깨 등 다른 신체 부위에도 쉽게 착용할 수 있다. 관련 소프트웨어와 운동 프로그램 수준도 높였다. 이미 시제품은 제작했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고, AI 기술도 담은 본격적인 홈케어 의료 제품”이라며 “의료 사각지대를 없앨 것”이라고 강조했다.

엑소시스템즈는 국내 스타트업 가운데 처음으로 글로벌 제약사 로슈와도 협업하고 있다. 희귀난치성 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 대상으로 헬스케어 제품을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는 걷기도 어렵고, 치료제는 수억원에 달한다”며 “이런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