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피드백 덕에 회사 더 발전…화성 클러스터서 韓 인재 육성"
“삼성은 우리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이며 까다로운(demanding) 고객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더 나은 회사가 됐고 그들의 피드백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시장의 ‘슈퍼을(乙)’로 불리는 ASML의 로저 대슨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사진)가 삼성전자에 대해 한 말이다. 대슨 부사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ASML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주력 제품은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노광기다. 그중에서도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극자외선(EUV) 노광기 시장은 ASML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ASML에도 ‘중요 고객’이다. 지난해 ASML 매출의 28.3%가 한국 시장에서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6월과 11월 각각 네덜란드와 한국에서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대슨 부사장은 ASML과 삼성의 교집합으로 혁신을 꼽았다. 그는 “ASML은 항상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며 “삼성전자와의 협업은 혁신과 지속적인 개선에 대한 신뢰,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고 평가했다.

앞으로의 반도체 제조장비 시장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수요가 계속해서 높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ASML이 발표한 ‘2022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수주 잔액은 약 55조원으로 그 해 매출의 두 배에 달한다.

대슨 부사장은 다만 “지정학적 환경을 둘러싼 글로벌 거시경제에 대한 우려가 작지 않아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네덜란드와 일본 정부는 최근 대중국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을 통제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에 동참하기로 했다. ASML의 심자외선(DUV) 노광기 수출도 일부 제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ASML은 제재에 따른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묻자 “이에 대해 논평할 수 없다. 한국 정부에 문의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제법과 규정의 테두리 안에서 모든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대슨 부사장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경기 화성에 건설하고 있는 ASML 클러스터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그는 “화성 클러스터는 한국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대비하기 위한 ASML의 투자”라며 “현지 반도체 인재들이 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의 미래를 위한 반도체 인재 강화에도 기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화성 클러스터에서 직접 노광기를 제작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기대에 대해서는 “현재 한국에서 노광기 시스템을 제조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펠트호번=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