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범준 기자
사진=김범준 기자
금융감독원이 올해 금융지주와 은행의 지배구조 구축 현황과 이사회 운영 적정성 등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 그동안 ‘거수기’ 비판을 받던 이사회가 실효성 있는 역할을 하도록 칼을 빼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앞서 ‘주인 없는 회사’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면서 금융권 거버넌스 개혁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감원이 6일 발표한 2023년도 업무계획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올해 금융사 책임경영 문화 조성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불완전판매나 횡령 등 금융사고가 연달아 터지고 연말연초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잇따르며 금융지주·은행의 이사회 개편이 금융권 화두로 떠올랐다.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들이 측근을 이사회 멤버로 앉히는 구조 때문에 내부통제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까지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주요 안건 찬성률은 96.7%에 달한다.

금감원은 이에 금융지주와 은행이 지배구조를 제대로 구축하고 있는지, 이사회 운영이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이사진의 전문성도 키운다. 지주 사외이사가 이사회 운영이나 리스크 통제 같은 주요 지배구조 이슈에 대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주제별 간담회를 개최하고, 신규로 선임된 사외이사를 대상으론 워크숍도 진행할 계획이다. 금융그룹 사업부문장의 권한과 책임 범위, 의사결정 절차 등을 포괄하는 사업부문제 운영 관련 개선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주요 경영진의 성과급 책정 구조도 살펴본다. 금감원은 금융사의 장기 지속가능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경영진의 성과보수체계의 적정성도 점검하기로 했다. 지배구조법을 준수하며 성과보수를 받고 있는지, 금융투자회사 성과지표(KPI)의 장기성과 연계해 보수가 책정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할 방침이다. 부적격 대주주의 일반사모운용업 진입을 막기 위해 대주주 변동 현황도 점검한다. 현재는 대주주 변동시 별도 심의절차 없이 지분변동 비율만 보고받고 있어 적격성 확인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이날 공정한 자본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계획들도 내놨다. 공매도 감독역량을 확충하고 증권사 리서치보고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독립 리서치회사(IRP) 도입을 추진한다. 자본시장 교란행위는 엄단한다. 사모 전환사채(CB) 발행기업의 발행 내역을 전수조사하고 조사와 공시, 회계 관련 부서가 참여하는 합동대응반을 통해 불공정 거래 행위를 잡아낼 예정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