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한경DB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한경DB
"테크기업들이 지금은 좋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그만큼 높은 성장성을 보여준 투자처는 없습니다. 오히려 기업가치가 조정 받은 지금 테크기업에 대한 투자를 점차 늘려갈 계획입니다."

진승호 KIC(한국투자공사) 사장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테크기업에 대한 벤처투자 확대 계획을 밝혔다. 그는 "KVG(KIC 벤처 그로스) 3호펀드를 3억달러 이상 규모로 조만간 조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KIC는 2019년 벤처투자 프로그램인 KGV 1호펀드를 조성해 테크기업에 대한 벤처투자를 본격화 했다. 1호펀드는 2억달러 규모였으며 이후 조성된 2호펀드의 투자 규모는 3억달러로 확대됐다. 이번에 새롭게 나올 3호 펀드의 규모에 대해서 진 사장은 "성과가 좋으면 규모가 최대 5억달러까지도 늘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경기침체로 테크기업의 기업가치가 하락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라며 "앞으로는 초기 단계의 테크기업에 대한 투자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초기 단계에 투자했을 때 성공 확률은 낮은 반면 투자 수익률이 높은 만큼 초기 단계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KIC는 2021년 샌프란시스코 사무소를 열고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벤처투자를 확대해왔다.

투자 환경에 대해서는 "지난 10년 동안 투자환경이 너무 좋았다면 지금부터 10년은 다를 수 있다"며 어려운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탈세계화로 인해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졌고 금리도 상승했다"며 "투자환경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어려운 투자환경에도 불구하고 장기투자 원칙에 따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했다. 진 사장은 "단기적으로 1~2년 동안 시장상황에 따라 오락가락 하면 포트폴리오는 흔들리는 낙엽처럼 될 수 있다"며 "항공모함이 항해하는 것처럼 큰 방향에서 원칙을 지키며 장기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벤처투자를 비롯해 부동산·인프라 투자 등을 포함한 대체투자 확대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진 사장은 "작년에 주식과 채권은 동시에 두자릿수 하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대체투자는 수익을 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체투자 비중이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22.8%가 됐다"며 "2025년에 대체투자 비중 25%를 달성한다는 목표에 맞춰 적절하게 끌어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이나 한국계가 설립한 해외기업에도 투자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나설 계획이다. 진 사장은 "한국기업이 인수한 해외기업이나, 한국인 혹은 한국계가 설립한 해외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한국계 커뮤니티 확대를 지원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KIC는 원칙적으로 해외투자만 가능해 한국인이 설립한 한국기업에 대한 투자가 원천적으로 막혀있다. 진 사장은 "한국인이 설립한 해외기업이 성장하면 국력에 도움이 된다"며 "이런 기업에 대한 투자의 길을 열기 위한 제도 개정도 시작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