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라"…하이브가 스타트업 투자 늘리는 이유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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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가상인간·NFT까지
벤처 스타트업 7곳 잇따라 투자
콘텐츠 제작, 유통, 플랫폼까지 '장악'
벤처 스타트업 7곳 잇따라 투자
콘텐츠 제작, 유통, 플랫폼까지 '장악'
"우리의 최대 경쟁자는 잠입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창업자가 한 말입니다. 이용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넷플릭스의 프로그램을 보는 데 쓰도록 하겠다는 담대한 선언이죠. 세계적인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에 이어 신인 걸그룹 뉴진스 돌풍을 만들어낸 하이브도 '이용자의 시간'을 점유하기 위한 경쟁에 가세했습니다. 최근 게임부터 가상 인플루언서, 가상 앨범,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디지털 콘텐츠 관련 스타트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게임, OTT, 방송, 영화 등 형식과 관계없이 이용자의 시간을 비싸게 소비시키는 것이 IT 플랫폼의 숙명이기 때문이죠. 벤처투자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한 하이브가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그리는 미래를 한경 긱스(Geeks)가 살펴봤습니다.
하이브가 게임, 가상 인플루언서, 가상 앨범,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디지털 콘텐츠 관련 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등 소속 아티스트의 지식재산권(IP) 기반 사업을 집중해온 하이브가 디지털 콘텐츠 제작 기술을 자체 구축하고 메타버스 플랫폼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이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영화, 게임, 가상현실(VR)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음악 엔터테인먼트사에서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변화한 하이브가 이용자를 사로잡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콘텐츠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는 최근 1년여간 7건의 스타트업 투자를 발표하며 벤처투자 '큰손'으로 부상했다. 지난해에만 △딥러닝 기반 가상 인간 및 영상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이너버즈 △인공지능(AI) 음성 합성 솔루션 스타트업 수퍼톤 △게임회사 플린트와 마코빌 △NFT 콘텐츠 기업 레벨스 △블록체인 기술기업 람다256에 잇따라 투자했다. 이달 1일엔 가상 앨범을 만드는 스타트업 미니레코드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앞서 디지털 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 투자로 국내 블록체인·메타버스 플랫폼과 '맞손'을 잡았다면, 최근의 스타트업 투자 행보는 자체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제작사',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유통하는 '퍼블리셔', 이용자들이 디지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버티컬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하이브는 연이은 스타트업 투자 이유에 대해 "음악산업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고객의 시간을 더욱 가치 있게 점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멀티 레이블 확장과 음악산업·기술 융합 전략에 따라 기존의 솔루션·플랫폼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영역에서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인수합병(M&A), 합작사 설립, 지분 투자, 파트너십 등 모든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앨범은 일종의 가상 앨범으로, 실물 CD가 없다. 버려지는 CD가 많다 보니 '저탄소 배출'을 위해 업계에서 새로 발굴한 방식이다. 앨범 제작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전용 앱을 통해 앨범을 모으고 음반을 들을 수 있다. 앨범을 모으면 모을수록 앱이 '멜론' 같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은 전체 레코드음악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스트리밍 시장은 실물 음반 시장 규모를 넘어섰으며, 2021년 기준 169억달러로 전체 레코드음악 시장에서 65% 비중을 차지한다.
이미 하이브는 지난해 BTS의 제이홉의 첫 솔로 앨범을 실물 CD가 없는 '위버스 앨범' 형태로 발매했다. 앱을 설치해야만 전곡 음원과 독점 사진 등을 즐길 수 있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디지털 음원 발매를 통해 앨범 판매량 자체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며 "하이브의 일련의 스타트업 투자 행보는 디지털 콘텐츠 퍼블리셔가 되겠다는 방향성과 맥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하이브가 450억원을 투자해 지분 56.1%를 인수한 수퍼톤은 특정 가수의 음색과 창법을 그대로 구현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하는 인공지능(AI) 음성 합성 기술을 갖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주인공 최민식의 젊은 시절 목소리를 담당한 것도 수퍼톤의 기술이다. BTS의 목소리로 게임이나 오디오북, 애니메이션을 녹음한 하이브만의 IP 콘텐츠 개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박지원 하이브 CEO는 "아티스트의 IP와 AI 기술의 융합을 넘어 팬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전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힘쓰겠다"며 수퍼톤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하이브가 지난달 투자한 이너버즈는 딥러닝 기반 버추얼 인플루언서 및 영상 콘텐츠 제작사다. 이너버즈는 단순히 영상 합성 기술로 사람을 대체하는 가상 인물을 만들기보단,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영화나 뮤직비디오에서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활동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표현과 고품질로 캐릭터를 연출할 수 있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하이브는 지난해 11월 플린트의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게임산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플린트의 신작 '별이되어라2: 베다의 기사들' 퍼블리싱도 맡았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분명한 건 하이브가 엔터테인먼트의 영속성과 경쟁력을 가져가는 데에 게임은 이제 뺄 수 없는 요소"라며 게임산업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면서 "고객의 시간을 가치 있게 점유하는 것이 플랫폼 기업의 숙명"이라며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이란 비전을 가진 하이브가 게임 사업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욱 새롭고 즐거우며, 다채로운 시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유망 개발사 인수합병, 지분투자 등으로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게임 사업을 전담하는 하이브 IM도 지난해 5월 분사했다.
하이브 IM은 올해 마코빌의 신작 배틀리그 히어로즈, 프로젝트 OZ의 게임 퍼블리싱을 앞두고 있다. 하이브는 2021년 마코빌의 시리즈A 투자에 참여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모먼티카 앱에서 이용자들은 일종의 NFT인 아티스트의 '테이크'를 교환할 수 있다. 현재 이벤트로 하루 3번 무료로 테이크를 교환하는 셔플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셔플 기능 도입 2주 만에 8만 건이 넘는 테이크가 교환되며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모먼티카는 올 1분기 중 사용자 간 테이크를 사고팔 수 있는 '2차 거래'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이브는 두나무 자회사인 람다256에도 지난해 2월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100억원씩 투자했다. 람다 256은 두나무의 블록체인 연구소로 시작해 2019년 분사했다. 서비스형 블록체인 서비스(BaaS) '루니버스'를 출시했으며, NFT 발행과 판매를 할 수 있는 플랫폼도 운영 중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이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영화, 게임, 가상현실(VR)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음악 엔터테인먼트사에서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변화한 하이브가 이용자를 사로잡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콘텐츠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는 최근 1년여간 7건의 스타트업 투자를 발표하며 벤처투자 '큰손'으로 부상했다. 지난해에만 △딥러닝 기반 가상 인간 및 영상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이너버즈 △인공지능(AI) 음성 합성 솔루션 스타트업 수퍼톤 △게임회사 플린트와 마코빌 △NFT 콘텐츠 기업 레벨스 △블록체인 기술기업 람다256에 잇따라 투자했다. 이달 1일엔 가상 앨범을 만드는 스타트업 미니레코드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앞서 디지털 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 투자로 국내 블록체인·메타버스 플랫폼과 '맞손'을 잡았다면, 최근의 스타트업 투자 행보는 자체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제작사',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유통하는 '퍼블리셔', 이용자들이 디지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버티컬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하이브는 연이은 스타트업 투자 이유에 대해 "음악산업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고객의 시간을 더욱 가치 있게 점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멀티 레이블 확장과 음악산업·기술 융합 전략에 따라 기존의 솔루션·플랫폼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영역에서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인수합병(M&A), 합작사 설립, 지분 투자, 파트너십 등 모든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D 없는 가상 앨범 선점... 스트리밍 플랫폼 대체하나
하이브는 실물 CD 없는 가상앨범 시장을 열고 있다. 최근 플랫폼 앨범 스타트업 미니레코드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미니레코드는 팬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를 운영하는 하이브의 자회사 위버스컴퍼니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플랫폼 앨범은 일종의 가상 앨범으로, 실물 CD가 없다. 버려지는 CD가 많다 보니 '저탄소 배출'을 위해 업계에서 새로 발굴한 방식이다. 앨범 제작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전용 앱을 통해 앨범을 모으고 음반을 들을 수 있다. 앨범을 모으면 모을수록 앱이 '멜론' 같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은 전체 레코드음악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스트리밍 시장은 실물 음반 시장 규모를 넘어섰으며, 2021년 기준 169억달러로 전체 레코드음악 시장에서 65% 비중을 차지한다.
이미 하이브는 지난해 BTS의 제이홉의 첫 솔로 앨범을 실물 CD가 없는 '위버스 앨범' 형태로 발매했다. 앱을 설치해야만 전곡 음원과 독점 사진 등을 즐길 수 있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디지털 음원 발매를 통해 앨범 판매량 자체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며 "하이브의 일련의 스타트업 투자 행보는 디지털 콘텐츠 퍼블리셔가 되겠다는 방향성과 맥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버추얼 콘서트부터 가상 아이돌그룹까지
하이브는 가상 아이돌그룹이나 3차원(3D) 홀로그램으로 즐기는 버추얼 콘서트를 열 수 있는 새로운 기술 확보에도 나섰다. 이미 위버스 플랫폼에서 BTS 등 소속 아티스트의 IP 기반 상품으로 포토 카드, 텀블러 등 '굿즈'를 판매하고 있지만,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IP 콘텐츠를 내놓기 위해 수퍼톤, 이너버즈 등 관련 스타트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하이브가 450억원을 투자해 지분 56.1%를 인수한 수퍼톤은 특정 가수의 음색과 창법을 그대로 구현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하는 인공지능(AI) 음성 합성 기술을 갖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주인공 최민식의 젊은 시절 목소리를 담당한 것도 수퍼톤의 기술이다. BTS의 목소리로 게임이나 오디오북, 애니메이션을 녹음한 하이브만의 IP 콘텐츠 개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박지원 하이브 CEO는 "아티스트의 IP와 AI 기술의 융합을 넘어 팬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전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힘쓰겠다"며 수퍼톤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하이브가 지난달 투자한 이너버즈는 딥러닝 기반 버추얼 인플루언서 및 영상 콘텐츠 제작사다. 이너버즈는 단순히 영상 합성 기술로 사람을 대체하는 가상 인물을 만들기보단,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영화나 뮤직비디오에서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활동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표현과 고품질로 캐릭터를 연출할 수 있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게임 퍼블리셔로 BTS 의존도 낮추기
게임산업은 하이브가 신성장 동력으로 꼽는 분야다. 메타버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게임이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공간이자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BTS 등 아티스트 IP 외에 게임 서비스로 퍼블리셔로서 몸집을 키우기 위한 차원이다.하이브는 지난해 11월 플린트의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게임산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플린트의 신작 '별이되어라2: 베다의 기사들' 퍼블리싱도 맡았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분명한 건 하이브가 엔터테인먼트의 영속성과 경쟁력을 가져가는 데에 게임은 이제 뺄 수 없는 요소"라며 게임산업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면서 "고객의 시간을 가치 있게 점유하는 것이 플랫폼 기업의 숙명"이라며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이란 비전을 가진 하이브가 게임 사업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욱 새롭고 즐거우며, 다채로운 시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유망 개발사 인수합병, 지분투자 등으로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게임 사업을 전담하는 하이브 IM도 지난해 5월 분사했다.
하이브 IM은 올해 마코빌의 신작 배틀리그 히어로즈, 프로젝트 OZ의 게임 퍼블리싱을 앞두고 있다. 하이브는 2021년 마코빌의 시리즈A 투자에 참여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포토 카드 대신 아티스트 NFT
하이브는 NFT를 팬덤을 위한 아티스트 IP 기반 콘텐츠로 접근하고 있다. 하이브는 2021년 11월 두나무와 사업 협약을 맺고 NFT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미국에 합작법인 레벨스를 만들어 지난해 10월 디지털 컬렉터블 플랫폼 '모먼티카'를 출시했다. 아티스트의 미공개 이미지와 영상을 디지털 카드 형태로 최초 공개하는 플랫폼이다.모먼티카 앱에서 이용자들은 일종의 NFT인 아티스트의 '테이크'를 교환할 수 있다. 현재 이벤트로 하루 3번 무료로 테이크를 교환하는 셔플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셔플 기능 도입 2주 만에 8만 건이 넘는 테이크가 교환되며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모먼티카는 올 1분기 중 사용자 간 테이크를 사고팔 수 있는 '2차 거래'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이브는 두나무 자회사인 람다256에도 지난해 2월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100억원씩 투자했다. 람다 256은 두나무의 블록체인 연구소로 시작해 2019년 분사했다. 서비스형 블록체인 서비스(BaaS) '루니버스'를 출시했으며, NFT 발행과 판매를 할 수 있는 플랫폼도 운영 중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