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SUV 쾌속질주…올 영업익 '10조 벽' 돌파 시동걸었다
'비싼 차' 제네시스·SUV
판매비중 57%로 껑충
친환경차 50만대 돌파
환율 효과에다 원가율도 개선
세타2 엔진 리콜 비용에도
영업이익 10년 만에 최대
美 IRA 대응전략 박차
올해 매출 158조 목표
○비싼 차 많이 팔아 역대 최대 이익
현대차가 이 같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은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마진이 좋은 ‘비싼 차’의 기여가 컸다. 작년 현대차 판매 중 제네시스와 SUV 비중은 56.8%로 전년보다 4.4%포인트 늘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 요인 중 ‘고수익 차종’ 기여도는 3조730억원으로 고환율 효과(3조705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나날이 커지는 친환경차(하이브리드 포함) 시장에서도 지난해 처음으로 50만5000대를 판매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전년 42만2000대보다 19.7%, 2020년 25만9000대보다는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순수 전기차(BEV) 글로벌 판매량 또한 20만 대를 처음 돌파(20만9000대)하며 전년 14만1000대보다 48.2% 급증했다.
매출원가율 개선도 수익성 증가로 이어졌다. 각종 원재료 값이 큰 폭으로 뛰었음에도 지난해 현대차 매출원가율은 80.1%로 전년 81.4%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뛰어난 원가 관리 능력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올해 영업이익 10조원 돌파 전망
현대차의 지난해 어닝 서프라이즈는 경기 침체와 고금리, 보호무역주의 등에 따른 올해 실적 우려도 상당 부분 기대로 바꿔놨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리스크가 심해진 작년 4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현대차는 이날 열린 콘퍼런스콜에서도 올해 실적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 판매는 작년보다 9.6% 증가한 432만1000대, 매출은 10.5~11.5% 증가한 157조5000억~158조9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연 6.5~7.5%로 밝힌 영업이익률 목표치로 미뤄볼 때 현대차가 계산한 올해 영업이익은 10조2000억~11조9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수요 감소 또한 우려되지만 이익 목표를 올려 잡은 것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체력이 시장 우려보다 견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올해 영업이익 감소 가능성과 크게 대치되는 성적을 내놨다”고 평가했다.
○“IRA 피해 최소화 가능”
현대차는 최대 시장 미국에서의 가장 큰 리스크인 IRA 대응책도 밝혔다. 보조금 대상에 포함된 리스 전기차 판매를 적극 늘리고 현지 조기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이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CFO·부사장)은 “IRA 이후에도 아이오닉5 등 주력 전기차는 안정적 주문과 견조한 판매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조지아 신공장에서 전기차를 본격 생산하는 2024년 전까지 영향이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작년(2만9320대)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7만3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다.한편 현대차는 이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213만 주의 자사주 소각도 발표했다. 발행 물량의 약 1%, 3154억원 규모다. 현대차가 자사주를 소각한 것은 2001년과 2004년, 엘리엇 사태가 있었던 2018년 이후 네 번째다. 연간 배당은 주당 7000원으로 결정했다. 이날 현대차는 전 거래일보다 5.55% 오른 17만4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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