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공채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조직처럼 보이지만 예외도 적지 않다. 1990년대부터 외부에서 영입한 ‘S급 인재’들이 신사업의 산파 역할을 했다.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인텔 출신)과 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IBM 출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도 사업부 곳곳에 포진한 영입 임원들이 미래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16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직 사장 17명 중 52.9%인 9명이 영입 임원으로 분류된다. 전경훈 DX(디바이스경험)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승현준 글로벌R&D협력담당, 이원진 MX(모바일경험)사업부 서비스팀장,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실장 등이 외부 출신 사장이다.

지난해에도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술 인재를 대거 선발했다. 지난해 5월 미국 램리서치 출신인 윤석민 수석디렉터를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설비기술연구소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6월엔 미국 퀄컴 출신 윤세승 부사장을 파운드리사업부 디자인플랫폼개발실 임원으로 임명했다. 최원준 MX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도 지난해 퀄컴에서 건너온 반도체 전문가다.

인재 영입은 반도체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8월엔 DX부문 신사업 태스크포스(TF)장으로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던 정성택 부사장을 영입했다.

삼성전자의 과제는 글로벌 인재를 조직에 묶어 두는 것이다. 적지 않은 영입 임원이 삼성전자에서 2~3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표를 쓰고 있어서다. 영입 임원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더불어 이들이 조직에 적응하고 융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인재 경영을 고도화하기 위해 외부 영입뿐만 아니라 기존 직원들의 역량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2001년 정규 대학으로 승인된 삼성전자공과대(SSIT)는 임직원이 업무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돕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성균관대 반도체디스플레이공학과와 DMC공학과 등 사내 대학원 코스도 개설돼 있다.

정지은/배성수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