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 본사 모습. 사진=한경DB
서울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 본사 모습. 사진=한경DB
11일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련 민간단체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설과 관련해 "흥국생명의 유동성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태광산업이 지원에 나설 경우 태광산업의 기업가치와 일반주주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태광산업은 오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흥국생명에 제3차 배정 방식으로 40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포럼은 논평을 통해 "흥국생명은 태광산업의 자회사가 아니다. 비록 태광산업과 흥국생명이 표면적으로는 같은 태광그룹 계열사로 분류돼 있긴 하지만 태광산업은 흥국생명의 주식을 단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동일한 지배주주를 갖고 있다는 것 말고는 사실상 관계가 없는 흥국생명의 유동성 위기를 왜 태광산업이 해결해야 하는지, 아무런 타당한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의 최대 주주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지분 56.3%)이다. 때문에 책임은 이 전 회장을 비롯한 흥국생명 주주가 져야 한다는 게 포럼의 입장이다.

포럼은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개인기업이나 다름없는 흥국생명의 유동성 위기를 태광산업이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고, 이를 태광산업의 주주에게 충분히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태광산업은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개인기업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서 포럼은 "태광그룹에선 이 전 회장 일가가 자금 여력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태광산업의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던, 일부 계열사의 지분을 팔든, 흥국생명을 매각하든 이 전 회장에게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며 "이 전 회장이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어려운 선택지 대신, 태광산업에게 그 책임을 떠 넘기는 가장 손쉬운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시장은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포럼은 또 "이 전 회장은 배임과 횡령,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실형이 선고돼 수년간 수감된 바 있고, 지금 현재도 '김치·와인 일감몰아주기' '차명 주식 보유 및 허위 자료 제출' 혐의 등으로 공정위로부터 고발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라며 "이번 결정이 또 다시 죄목을 하나 추가하는 어리석은 판단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임박한 태광산업 이사회에서 3명의 사외이사를 비롯한 태광산업 이사진이 회사와 주주 전체를 위해 올바르고 현명한 선택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