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 5일 오후 3시47분

‘넷플릭스 대항마’로 꼽히던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왓챠가 LG유플러스에 인수될 전망이다. 5000억원까지 거론되던 왓챠의 기업가치는 10분의 1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왓챠를 인수하기 위해 가격 등 주요 사항을 마무리짓고 세부 협상에 들어갔다. 왓챠가 발행하는 400억원 규모 신주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식이다. 왓챠의 투자 전 기업가치(프리밸류)는 200억~300억원대로 평가됐다.

왓챠 기존 주주인 한 투자회사 관계자는 “매각 측이 LG유플러스와 협의한 가격 및 거래 구조를 주주들에 보고했다”며 “투자금 유입이 안 되면 회사가 살아날 수 없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도 매각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왓챠의 투자자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카카오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이다.

왓챠는 지난해 말 전환사채(CB)를 발행해 490억원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몸값을 3380억원으로 인정받았다. 올해 상반기 1000억원 규모의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에 나서면서 5000억원의 몸값을 희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더 이상의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에 밀려 가입자(6월 말 기준 100만 명)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왓챠는 2020년 154억원, 지난해 248억원의 적자를 냈다.

LG유플러스는 통신 3사 중 OTT 및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존재감이 작았다.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와 함께 웨이브를 운영하고 있고, KT는 자사 OTT인 시즌을 최근 CJ 티빙과 합병시켜 규모를 키웠다.

LG유플러스는 자사 인터넷TV 가입자에게 제공하던 키즈 콘텐츠 아이들나라를 지난 11월 OTT 서비스로 전환했다. 2027년까지 OTT 서비스 국내외 가입자를 100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왓챠 인수에 성공하면 100만 명의 고객과 관련 데이터를 바로 확보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왓챠 서비스를 1947만3000명에 달하는 LG유플러스 가입자에게 번들로 제공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왓챠와 아이들나라를 통합한 후 투자 유치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왓챠는 2011년 영화 리뷰 및 추천 서비스(현 왓챠피디아)로 시작했다. 2015년 지금의 영화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6억5000만 건에 달하는 이용자 평점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뒤 국내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며 주목받았다. 창업 이후 벤처캐피털에서 조달한 누적 투자금은 1072억원에 달한다.

차준호/김채연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