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과 DL그룹(옛 대림그룹)이 1999년부터 이어온 합작 사업을 접기로 했다. 두 그룹은 50 대 50으로 합작한 석유화학업체 여천NCC를 분할한다. 1~4사업장을 쪼개는 형태로 회사를 나눌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분할 직후 한화와 DL그룹은 화학사업 전략을 새로 구상할 계획이다.
한화그룹과 DL그룹이 1999년 절반씩 출자해 세운 여천NCC가 분할된다. 두 그룹은 새로운 화학사업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여수에 있는 여천NCC 2사업장.  한경DB
한화그룹과 DL그룹이 1999년 절반씩 출자해 세운 여천NCC가 분할된다. 두 그룹은 새로운 화학사업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여수에 있는 여천NCC 2사업장. 한경DB

영업이익 5000억원 알토란 합작사

27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 화학부문)은 여천NCC를 분할하기로 했다. 두 회사 관계자는 “여천NCC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분할을 비롯해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천NCC는 1999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보유한 여수의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합쳐 세운 합작사다. 나프타를 분해해 석유화학제품의 쌀로 통하는 기초 원료 에틸렌을 비롯한 화학제품을 생산해 한화솔루션 DL케미칼 등에 납품하고 있다.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 228만5000t으로 LG화학(330만t) 롯데케미칼(233만t)에 이어 업계 3위다. 이 회사 경영은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파견한 두 명의 공동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여천NCC는 2017~2021년 연평균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조3387억원, 5567억원에 달했다. 벌어들인 이익의 상당액을 모회사에 배당하고 있다. 2017~2021년 누적 배당금만 2조700억원이다. 안정적 실적 덕분에 연봉도 높은 편이다. 작년 평균연봉이 1억1200만원에 달하는 등 수년째 억대 연봉을 이어가고 있다. 그 덕분에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신의 직장’으로 통한다.

두 회사의 합작을 놓고 ‘불편한 동거’라는 지적도 많았다. 2007년 인사권을 두고 DL그룹 측 임직원과 한화 측 임직원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갈등은 봉합됐지만 경영권과 투자를 놓고 양측의 불협화음이 이어졌다는 관측도 적지 않았다.

공장 폭발사건 계기로 ‘살림’ 나눠

올해 2월 발생한 여천NCC 폭발 사건이 두 회사가 결별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시험가동 중이던 열교환기가 폭발하면서 근로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폭발 사고 등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한화그룹과 DL그룹은 여천NCC를 분할해 관리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 들어 여천NCC 실적이 나빠진 것도 결별에 영향을 미쳤다. 여천NCC는 올해 3분기 누적으로 262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연간 기준으로 올해 실적은 사상 최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두 회사는 분할에 합의하고 세부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여천NCC의 여수국가산단 1~4사업장(13개 공장으로 구성)을 2개씩 가져가는 방안이 유력하다. 여천NCC 1~3사업장은 NCC와 벤젠 톨루엔 자일렌(BTX), 4사업장은 스티렌모노머(SM) 메틸부틸에테르(MTBE) 생산시설로 구성됐다. 1사업장 2사업장 3사업장의 에틸렌 생산량은 각각 90만t, 91만5000t, 47만t이다. 양측이 각각 1·4사업장, 2·3사업장을 쪼개가는 방안이 거론된다. 1·3·4사업장을 한쪽이 가져가고 다른 쪽은 2사업장에 현금을 얹어 받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여천NCC를 둘로 쪼개는 방식으로는 인적분할이 거론되고 있다. 한화그룹과 DL그룹은 이번 분할과 함께 에틸렌 조달 방안 및 설비 증설 전략을 새로 마련할 계획이다.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알토란 같은 실적을 내는 여천NCC 공장을 나누기 위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길면 3년가량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강경민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