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가 펫보험이나 운전자보험 등의 상품을 판매하는 손해보험 자회사를 설립하는 게 가능해진다. 시장 플레이어가 늘어나 상품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보험사가 자전거보험 가입자한테 충돌 센서가 달린 스마트 후미등을 제공하는 등의 ‘사전관리형 서비스’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사고 위험이 감소하면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부담도 줄어들어 ‘윈윈’이 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험분야 규제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업계의 건의사항을 받아들여 디지털 혁신과 경쟁을 가로막는 해묵은 규제들을 대거 풀기로 했다.

○1사1라이센스 규제 완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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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1라이센스 규제를 완화해 기존 보험사가 펫보험 같은 단종보험이나 소액단기보험(보험기간 1년, 보험금 상한 5000만원) 등 전문분야에 특화된 보험 자회사를 둘 수 있도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가령 반려동물은 법상 물건으로 분류돼 현재 손보사만 관련 보험을 팔 수 있지만, 앞으론 생보사가 별도 자회사를 세워 펫보험을 판매할 수 있다. 신상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엄연히 다른 회사(자회사)를 통해 판매하는 것이라 생보사에 손해보험 영업을 허용해 준다는 개념은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펫보험 이외에도 생보사들이 여행자보험이나 운전자보험 관련 자회사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잠겼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해외여행이 증가하고 있고, ‘민식이법’ 이후 운전자보험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생보사들은 현재도 운전자보험을 팔고 있지만 이는 상해 등을 보장하는 상품”이라며 “손해보험 영역인 변호사선임비용 등 담보를 함께 판매하는 전문 자회사에 대한 생보업계 수요가 클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금리 급등기를 맞아 보유 채권·주식 평가액이 크게 떨어지고 변액보험 등에서 부진을 겪는 생보사들이 이번 1사1라이센스 완화에 기대감이 큰 모양새다. 반면 손보사들은 생보 관련 자회사를 만들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보험설계사는 본인이 전속된 회사와 업종이 다른 1개사(생보 소속 설계사의 경우 손보사) 상품만 모집할 수 있는데, 금융위는 앞으론 특화 보험 자회사 상품도 취급할 수 있도록 열어줄 방침이다.

○“반려동물 GPS장치 제공 가능”



프랑스의 AXA보험은 자사 앱을 센서나 카메라 같은 스마트홈 기기와 연결해 침입과 화재 등 예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전자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어 계약자가 기기를 구입할 때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가입자의 사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물품·서비스라 하더라도 보험사가 고객들에게 이 같은 제공하는게 극히 제한돼 있다. 보험업법상 특별이익 제공금지 의무 때문이다.

금융위는 가령 소비자에게 제공 가능한 금액 범위를 현행 3만원에서 20만원 이내로 확대하는 식으로 관련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주택화재보험 가입자에게 가스누출·화재발생 감지 제품을 주거나 펫보험 가입자한테 반려동물 구충제를 제공하는 게 가능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시니어 낙상방지 에어백, 농작물 관리 비디오 모니터링 서비스, 반려동물 유실방지 GPS 추적기 등 다양한 서비스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보험모집을 방해하는 허들도 낮아진다. 교보생명과 한화손해보험 등 온라인판매 전문보험사를 갖고 있는 회사들은 현재 온라인 영업이 제한돼 있는데, 앞으로 CM채널(모바일, 홈페이지)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줄 계획이다. 화상통화를 통한 보험모집도 허용한다. 화상통화로 상품설명 의무를 이행했을 경우 소비자와 대면해 모집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음성과 모바일 화면상 텍스트·이미지를 동시에 활용해 ‘보면서 듣는’ 형태인 ‘하이브리드 모집’ 관련 규제도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