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관의 보증을 받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금리가 치솟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중견기업은 기존의 3~4배가 넘는 고금리에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P-CBO 발행에 나서고 있다. 기업의 이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중견기업 ‘돈맥경화’ 심화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AAA급 기관이 보증하는 P-CBO 금리가 최대 연 9%대까지 올랐다. 제조업체인 에이티에스는 지난 15일 기술보증기금의 도움을 받아 6억7200만원어치 P-CBO를 연 9.367% 금리로 발행했다.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넥스타테크놀로지는 지난달 신용보증기금의 지원으로 연 9.103%에 12억8000만원을 확보했다.
정부 보증 'P-CBO' 금리마저 年 9%대…돈줄 마른 中企 '이중고'
기존 P-CBO 차환 과정에서 금리가 3~4배 뛴 중소·중견기업도 속출했다. 남성복 제조업체인 아름다운사람은 15일 6억9000만원어치 P-CBO를 발행했다. 2020년 발행한 7억2000만원어치를 차환 발행한 것이다. 금리는 연 1.944%에서 연 8.207%로 4배 이상으로 뛰었다.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피케이텍시스템은 12억8000만원어치 P-CBO를 차환 발행하면서 금리가 연 2.504%에서 연 8.747%로 올랐다.

P-CBO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이 회사채와 대출채권에 보증을 제공해 발행하는 증권이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중견기업이 주로 활용한다. 하지만 정부 기관의 도움에도 조달 환경 악화로 금리가 치솟으면서 중소·중견기업의 돈맥경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금리가 순식간에 급등해 자금 여유가 있는 중소·중견기업은 P-CBO 발행을 포기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금리 스프레드 2009년 이후 최고 수준

P-CBO뿐 아니라 사모 회사채 발행 금리도 고공행진 중이다. BBB급인 두산퓨얼셀은 3년 만기 사모 회사채 100억원어치를 지난 16일 발행했다. 금리는 연 9.2%에 달한다. 지난달 150억원어치 사모 회사채를 연 8%에 발행했던 것보다 1.2%포인트 올랐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는 16일 1년 만기 110억원어치를 연 9.0%로 찍었다.

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신용스프레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3년 만기 국고채와 우량 회사채(AA-)의 신용스프레드는 18일 한때 164bp(1bp=0.0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2009년 5월 6일 165bp를 기록한 후 13년여 만의 최고치다. 스프레드 확대는 채권 발행을 통한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졌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회사채 등 자금 조달 시장을 피해 은행 창구를 찾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중소기업 신규 대출 금리는 연 4.87%로 집계됐다. 2014년 1월(연 4.88%)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달 들어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대로 내려오는 등 안정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기업어음(CP) 금리가 9월 2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상승하는 등 자금 조달 시장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제회, 보험사 등 주요 채권 투자기관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며 “환금성이 좋은 초우량물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운용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