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시내의 피카드 매장(사진=파리/한경제 기자)
파리 시내의 피카드 매장(사진=파리/한경제 기자)
코로나19를 거치며 급성장한 밀키트 시장이 고물가 기조에 힘입어 그 성장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엔데믹 이후 다시 식당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밀키트의 편의성과 경제성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장점이기 때문이다. 요리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근사한 음식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 1~2인분에 맞는 양으로 구성되어있다는 점, 재료 구입비용보다 밀키트 완제품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점 등이 소비자들을 밀키트 시장으로 끌어오고 있다.

최근 밀키트 시장에서는 ‘냉동’ 밀키트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에서는 냉장 밀키트의 시대가 저물고 냉동 밀키트로 대세가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경쟁구도에 컬리는 프랑스의 대표 냉동식품 브랜드 ‘피카드(Picard)’를 올해 말 국내에 단독 론칭하기로 했다.

한국 상륙하는 피카드

컬리는 김슬아 대표가 18일 프랑스 파리의 본사를 방문해 피카드의 국내 단독 론칭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진행했다고 24일 밝혔다. 피카드 제품을 올해 말 들여오는 것이 목표다. 현재 90여개 제품이 컬리의 상품위원회에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피카드가 공식 입점해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국내 유통 채널 중 마켓컬리가 최초이자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피카드는 컬리가 간편식·냉동식 카테고리 운영에 풍부한 노하우를 가졌다고 보고 협업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피카드를 들여오기 위해 CJ, 풀무원, 신세계 등이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컬리를 비롯한 식품기업들이 피카드에 욕심을 낸 이유는 피카드의 상품 구성 때문이다. 피카드는 1906년 설립된 프랑스 기업으로 프랑스에만 10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중이다. 파리 시내에서도 곳곳에 매장을 두고 있어 퇴근길에 피카드에 들러 장을 보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유럽, 중동, 일본 등 18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시민들이 피카드에서 장을 보고 있다.(사진=파리/한경제 기자)
시민들이 피카드에서 장을 보고 있다.(사진=파리/한경제 기자)
피카드는 냉동제품만을 판매한다. 푸아그라나 달팽이 요리처럼 프랑스 정찬부터 식재료, 에피타이저, 디저트까지 코스요리에 해당하는 모든 제품을 냉동 형태로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채소의 경우 우유팩 모양의 포장 안에 냉동시켜 유통하는데 해동을 하더라도 그 향과 맛, 식감이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도 저렴한 수준이다. 프랑스 현지에서 가리비 300g은 9.95유로(약 1만4000원)에, 약 10개의 미니슈, 미니버거 등이 들어있는 빵 종류는 3~6유로 사이에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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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관계자는 “피카드 제품은 냉동식품의 한계를 넘어선 고품질의 맛과 합리적인 가격, 편리한 조리법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받는다”며 “자체 연구개발팀을 운영해 매년 200여 개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판매 제품의 95% 이상을 자체 브랜드(PB)로 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카드는 생산지부터 매장까지 모든 과정에 콜드체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매장 창고에서 냉동 매대에 제품을 진열하는 중에도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전용 카트를 사용한다.
피카드의 직원이 전용 카트에서 제품을 꺼내 진열하고 있다(사진=파리/한경제 기자)
피카드의 직원이 전용 카트에서 제품을 꺼내 진열하고 있다(사진=파리/한경제 기자)

대세는 ‘냉동’ 밀키트

컬리가 냉동 제품 구색을 늘리기로 한 것은 ‘냉동 밀키트’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냉장에서 냉동 제품으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동결 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에 냉장 밀키트에 비해 더 많은 기술연구가 필요하고 진입장벽도 높다. CJ제일제당은 7월 쿡킷 브랜드에서 냉동 제품을, 풀무원은 8월 밀키트 시장에 진출하면서 냉동 밀키트를 선보였다. 프레시지도 2020년부터 냉동 밀키트 제품 출시를 이어오고 있다.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랩에 따르면 마켓컬리의 밀키트 매출에서 냉동 밀키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에서 2021년 21%로 늘었다.

기업들이 냉동 밀키트 개발 및 출시에 공을 들이는 것은 유통기한 때문이다. 냉장 밀키트의 경우 유통기한이 일주일 남짓인 경우가 많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입 후 2~3일 내에 섭취해야 한다. 고기, 채소, 양념 등이 개별포장되어있어 냉장 밀키트 조리 후 배출되는 쓰레기도 많다.

반면 냉동 밀키트의 경우 유통기한을 최대 1년까지로도 늘릴 수 있다. 냉장고에 밀키트 제품을 책처럼 꽂아두고 필요한 날 필요한 만큼 꺼내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데친 파스타면, 시즈닝한 고기, 브로컬리 등 각 재료를 한데 모아 한 개의 비닐에 담아 유통할 수도 있다. 편의성이 높아지면 밀키트 시장은 더욱 커진다.
(사진=서울대 푸드비즈랩)
(사진=서울대 푸드비즈랩)
우리나라에서는 냉동 밀키트가 아직 국물요리 중심으로 구성돼있다. 채소(특히 엽채류)를 원물 그대로 냉동할 경우 해동 과정에서 품질이 급격히 저하되는 문제가 있어 관련 냉동 기술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피카드는 이러한 냉동 기술을 이미 보유한 업체다.
종이 팩에 담겨 유통되는 각종 채소들(사진=파리/한경제 기자)
종이 팩에 담겨 유통되는 각종 채소들(사진=파리/한경제 기자)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소비자들은 재료를 준비하는 작업이 아닌 볶거나 찌는 등 요리의 ‘가장 재밌는 단계’만 즐기길 원한다”며 “밀키트 시장이 커질수록 유통기한이 길고 칼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재료 수준을 갖춘 냉동 밀키트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