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반도체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2차전지 관련 기업이 연이어 공모 흥행에 실패했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인상 등으로 공모주 투자심리가 싸늘해지면서 나타난 결과란 설명이다.

연 7% 목표수익률에도 낮은 경쟁률

2차전지 너마저…줄줄이 IPO 흥행 참패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날 일반청약을 마친 KB스타리츠의 경쟁률은 2 대 1에 그쳤다. 청약 건수는 약 3만4000건으로 청약증거금은 약 550억원이 모였다.

이는 2020년 8월 상장한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경쟁률이다. 당시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1.5 대 1이었다.

앞서 진행한 KB스타리츠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도 26.19 대 1에 그쳤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리츠 조달 비용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KB스타리츠는 벨기에 노스갤럭시타워와 영국 삼성유럽HQ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다. 연간 약 7.76%의 배당수익률을 목표로 제시했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5071억원이다. 오는 10월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15일부터 이날까지 일반청약을 받은 결과 경쟁률이 78 대 1을 기록했다. 주관사인 삼성증권에 약 2만6000건의 청약이 들어왔다.

오픈엣지는 이익 미실현 기업(테슬라 요건) 특례 방식으로 상장해 일반 투자자 보호를 위한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이 부여돼 있음에도 청약 수요가 크지 않았다. 풋백옵션은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의 90% 이하로 하락할 경우 주관사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다.

2차전지 너마저…줄줄이 IPO 흥행 참패
앞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44.3 대 1의 경쟁률을 확보하는 데 그친 것이 일반청약 경쟁률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의 80% 이상이 희망 공모가(1만5000~1만8000원) 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이에 오픈엣지는 공모가를 1만원으로 30% 이상 낮춰 일반청약에 나섰다.

오픈엣지는 국내 유일 반도체 설계자산(IP) 회사다. 국내외 반도체 팹리스 회사와 디자인 하우스 등 30곳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2807억원으로 오는 26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하반기 최대어도 흥행 실패

전날 기관 수요예측을 마감한 2차전지 분리막 제조사 WCP도 흥행에 실패했다. 이 회사는 시가총액 최대 3조4000억원을 목표로 희망 공모가 8만~10만원을 제시했지만, 대부분 기관은 6만원대를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공모가를 6만원 수준으로 낮추고 공모 물량을 줄여 상장을 강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2조원 안팎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WCP는 올 하반기 IPO 최대어로 꼽혔던 기업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우려와 각국 정부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WCP는 오는 19일 최종 공모가 및 공모 구조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일반청약은 20~21일 진행한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에서 청약할 수 있다.

최석철/전예진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