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주의 존중하는 법학자"…경쟁 촉진·법 집행 개선 과제
가라앉은 조직 분위기 추스르고 플랫폼 자율규제 등도 성과 내야
역대 가장 늦게 임명된 초대 공정위원장…규제 개혁 속도 낼 듯
공정거래위원회가 윤석열 정부 출범 넉 달여 만에 새 수장을 맞았다.

경쟁을 촉진하고 기업 부담을 덜기 위한 규제 개혁과 기업의 방어권 강화 등 법 집행 절차 개선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1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은 뒤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했다.

이로써 역대 가장 길어진 공정위 리더십 공백도 마침표를 찍었다.

공정위원장이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었던 이명박 정부 때까지는 새 정부 출범부터 공정위원장 취임까지 보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때도 두 달 안에 초대 위원장이 부임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후보자 인선 작업이 늦어지면서 조성욱 전 위원장이 사의 표명 후에도 약 넉 달간 자리를 지켰다.

한 위원장은 지체됐던 굵직한 정책과제를 신속하게 추진하는 한편 위축된 조직 분위기와 위상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 위원장은 시장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혁신에 방점을 두고 조직을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후보자 지명 당시 "한 후보자는 시장주의 경제원칙을 존중하는 법학자"라며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경제 활성화와 공정거래 관련 법 집행 개선을 통한 피해구제 강화라는 윤석열 정부의 공정위 핵심 국정과제 실현을 이끌어줄 적임자"라고 소개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그 어느 때보다 공정거래를 우리 경제의 상식으로 바로 세워 시장 본연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담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규제를 적용받는 동일인(총수) 친족 범위와 공시 의무를 축소하고 인수·합병(M&A) 신고 면제 범위를 확대하는 등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총수 친족 범위를 조정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미 마련해 입법예고 중이지만, 나머지는 국정과제에서 그려진 밑그림에 세부 내용을 채워가야 한다.

기업의 시장 진입과 경쟁을 제약하는 불필요한 정부 규제를 혁신하는 것도 주요한 과제다.

공정위는 현재 대형마트 온라인 영업 규제 등 44건을 경쟁 제한적 규제로 선정해 소관 부처 등과 개선 방안을 협의 중인데, 한 위원장은 이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새로운 규제 혁신 과제를 발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공정위 조사 대상 기업의 방어권 등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고 설득력 있는 사건처리 기준을 마련해 공정위 법 집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회복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런 역할을 염두에 두고 법조인 출신 공정위원장을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최근 내부에 조직 선진화 추진단을 구성해 조사·심판 분리 등 조직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인데, 여기에도 한 위원장의 의중이 주요하게 반영될 전망이다.

한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플랫폼 자율규제'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

규제 완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대기업 등으로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할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는 것도 과제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미뤄졌던 인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재 사무처장과 상임위원 등 1급 자리 2곳이 수개월째 공석이고, 국·과장급 인사도 소폭으로만 이뤄져 왔다.

사건 심의와 관련해서는 폭스바겐그룹·BMW 등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의 배출가스 저감 기술 관련 담합 사건과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의 역지불 합의 사건 전원회의 등이 예정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