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5% 줄어든 3203억원에 그쳤다고 16일 공시했다. 금리 급등과 증시 부진 등의 여파로 주요 생명보험사의 상반기 실적은 1년 전에 비해 두 자릿수 이상 뒷걸음질쳤다.

금리 뛰자 생보사 '비명'…상반기 순익 줄줄이 반토막
교보생명의 상반기 순이익(연결 기준)을 살펴보면 2020년 4376억원에서 작년 6104억원으로 39.5% 급증했다가 올해엔 3203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채권 매각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고,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상품 평가 및 처분손실이 증가했다”면서도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견고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의 올 2분기 말 기준 지급여력(RBC) 비율은 210.5%로 나타났다.

다른 대형 생보사의 상황도 비슷하다. 삼성생명의 상반기 순익은 4250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1646억원) 대비 63.5% 급감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의 순이익도 5017억원에서 4174억원으로 16.8% 줄었다. 삼성생명은 작년 1분기 삼성전자로부터 6475억원의 특별배당을 받았는데, 이런 일회성 수익이 사라져 하락폭이 컸다.

시장금리 상황이 생보업계 실적 부진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보유 채권의 가치가 하락한다. 생보사들은 지난해 저금리 상황 속에서 보유 채권을 내다 팔아 많은 이익을 거뒀지만, 금리가 급등한 올해엔 이 같은 채권처분 이익이 줄어들게 됐다. 올 들어 자산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변액보험의 보증 손실도 커졌다. 변액보험의 투자 수익률이 예상 수익률을 밑돌 경우 보험사들은 보증준비금을 쌓아야 하는데, 이 돈이 손실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금리 급등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3분기에도 생보사 실적 부진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 사고 감소,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 강화 등에 힘입어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집중호우로 손보업계도 실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