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들이 생산하는 식용유, 밀가루 등 가공식품 가격이 상승 릴레이를 멈추지 않는 것도 추석 상차림을 준비하는 가계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국제 곡물시장에서 최근 주요 가공식품의 원재료로 쓰이는 곡물값이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아 하반기엔 추가 상승 압력이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회사는 3분기 들어 편의점 식용유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CJ제일제당은 카놀라유(500mL)의 편의점 가격을 이달 초 5500원에서 7100원으로 29.1% 올렸다. 포도씨유(500mL)는 19.3% 인상한 8800원으로 책정했다. 식용유 가격 인상은 3월에 대형마트 식용유값이 오른 이후 5개월 만이다.

가공식품 가격이 이렇게 뛴 것은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8일 발표한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의 가공식품 물가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밀가루 등 제분류의 공급 원가는 1년 전보다 41.5% 상승했다.

식용유 공급 원가는 27.8%, 설탕은 23.4% 올랐다. 대두, 밀, 옥수수 등을 가공해 판매하는 빵(5.1%), 과자(7.5%), 면류(12.8%)의 원가도 함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곡물 수입 가격은 2021년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왔으며 올해 3분기에는 1분기 대비 30% 정도 더 오르다가 4분기에 이런 추세가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국제 곡물 시장의 최근 조정 추세를 감안했을 때 가격 안정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9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밀 가격 선물(9월물)은 부셸당 7.83달러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연초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쟁 발발과 동시에 치솟은 밀 가격은 지난 5월 중순 12.78달러까지 폭등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그렸다. 팜유 가격도 4월 고점 대비 42% 하락했다.

이달 우크라이나에서 수출이 재개되며 밀, 해바라기씨유 등의 공급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전쟁 직후 팜유 가격이 급등하자 한시적 수출 중단 등 조치를 취했으나 자국 내 재고가 급증하자 관련 규제를 다시 없애고 있다.

한경제/노유정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