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2차전지로 사업 재편…고려아연 최윤범 '10조 승부수'
국내 최대 비철금속 업체인 고려아연이 2차전지·신재생에너지·자원순환 사업에 2030년까지 10조원가량을 투자한다. 비철금속 제련회사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업 재편에 총력을 쏟을 계획이다. 오너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이 이 같은 재편 과정을 진두지휘하면서 기업가치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2030년까지 9.7조 투자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 신재생에너지·수소(66억달러·약 8조5700억원) ▲ 2차전지용 소재(7365억원) ▲ 자원순환 사업(4324억원) 등에 총 9조7389억원을 투자한다.

이 회사는 신재생에너지·수소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2030년까지 작년 2월 설립 풍력발전 자회사인 아크에너지와 작년 인수한 호주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전문업체 에퓨런 등에 약 66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아크에너지는 최근 923㎿ 규모의 호주 현지 풍력발전사업에 참여 중이다. 에퓨런은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그린수소는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하는 수소로,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고려아연은 에퓨런 등을 통해 2030년까지 호주에서 연간 50만t 규모의 그린수소를 생산해 호주 5위 수소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호주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한국에 들여오는 한편 호주 계열사인 선메탈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호주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아연을 생산할 방침이다.

2차전지 소재 사업에도 7365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자회사인 케이잼의 동박 생산능력을 현재 1만3000t에서 2027년 6만t으로 확대한다. 동박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감싸는 얇은 구리막이다. 울산 온산제련소 부근에 이 같은 설비를 구축 중이다. 이 회사는 LG화학과 60대 40 비율로 전구체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는 계약도 체결했다. 전구체는 양극재 생산가격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간 원료다.

자원순환 사업에도 4324억원을 투자했다. 지난달 미국 전자폐기물 업체인 이그니오홀딩스 지분 73%를 3억3223만달러(약 4324억원)에 인수했다. 이그니오홀딩스는 미국에서 전자폐기물을 수거·파쇄해 중간재를 판매하는 도시광산 기업이다. 전자 폐기물에서 구리와 금, 은, 팔라듐과 같은 유가금속으로 제련될 수 있는 중간재를 추출하는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투자에 재무인력도 영입

50년 동안 비철 광물을 제련해 아연, 금, 은을 생산하는 고려아연은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2차전지 기업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최 부회장은 이 같은 사업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자금 수혈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1975년생인 최 부회장은 2007년 입사 후 온산제련소 경영지원본부장과 호주 아연제련소(SMC) 사장으로 근무했다. GS LS 등 범LG그룹과 한화그룹 등 오너일가와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하면서 사업·인력 교류도 활발히 진행했다.

오는 9월 신설될 지속가능경영본부장(부사장)에 김기준 전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을 내정했다. 김 부회장은 행시 35회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신재생에너지과장, 통상협력총괄과장, FTA협정교섭관 등을 역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에너지협력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에너지정책국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GS에너지 출신으로 미국 예일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함경우 자원순환본부 담당 임원도 올 초 영입했다.

자금 마련을 위해 지분 매각도 나섰다. 고려아연은 오는 18일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H2에너지USA(한화H2)를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한화H2에 지분 5.0%를 새로 발행해 4700억원을 조달한다.

최 부회장은 "필요한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한국의 에너지 자립에 기여할 것"이라며 "이번 투자로 시장·주주에게 구체적 성과를 보이는 한편 미래를 위한 신성장 동력을 다졌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