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조절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일제히 급등했다. Fed는 27일(현지시간) 두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코인 같은 위험자산 가격은 내려가기 마련이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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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은 자이언트 스텝 자체보다 파월 의장의 비둘기적 발언에 더 주목했다. 그는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놓으면서도 "(언젠간) 금리 인상의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더리움 가격 16% 상승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8일 오전 7시3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8.1% 오른 2만2813.85달러를 기록했다. 이더리움 가격은 1626.89달러로 전날보다 15.86% 상승했다. 바이낸스 코인(BNB)과 리플(XRP)도 하루 전보다 각각 9.48%, 7.01% 올랐다.

국내 코인 시장에서도 모처럼 훈풍이 불었다. 이날 오전 7시30분 기준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6.07% 뛴 3012만5000원을 기록하며 3000만원 선을 회복했다. 이더리움클래식(28.16%)과 폴리곤(11.96%), 이더리움(11.13%) 등은 두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며 폭등했다.

거침없이 진행되던 금리 인상이 앞으로 다소 진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코인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코인뿐 아니라 나스닥 지수(4.01% ↑)과 S&P500 지수(2.62% ↑),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1.37%) 등 미 증시도 일제히 '안도 랠리'를 벌였다.

◆위험자산 '부스트' 기조 이어지나

이번 반등이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 낙관론도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거시전략가인 데이비드 헌터는 위험자산에 대한 '부스트'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호화폐와 주식 시장간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비트코인 강세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시장 조사기관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분석가는 "트레이더들은 9월에 '큰 변화(자이언트 스텝)'가 일어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며 "Fed의 이번 결정은 긴축의 끝이 보인다는 낙관과 크립토 같은 위험자산 가격 랠리를 유발할 수 있는 좋은 낙관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 비트코인을 저가매수할 타이밍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프로스퍼 트레이딩 아카데미의 하워드 그린버그 공동설립자는 "공공 비트코인 채굴회사나 테슬라 같은 업체가 현금 보유량을 늘리기 위해 비트코인을 매각하는데 금리 인상이 이미 주요한 역할을 했다"며 "비트코인이 미 증시와의 상관관계(커플링)를 깨고 이런 유형의 양적 긴축에 대한 헤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인데스크는 이더리움 가격이 16%나 뛴 점을 보도하면서 "이더리움 블록체인이 예상보다 빨리 '그림자 포크'를 성공적으로 구현해 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더리움을 보다 환경 친화적인 작업증명 네트워크로 전환하는 게 훨씬 빨라졌다는 의미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