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지난 5월 25일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2022년 임금협상 승리를 위한 출정식'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노조가 지난 5월 25일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2022년 임금협상 승리를 위한 출정식'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완성차 업계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난항을 겪으며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의 여파로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파업 가능성이 거론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자동차 노조는 오는 13일 파업을 위한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11일 국내 투자 계획에 대해 극적 합의를 이룬 현대차 노사도 임금안에 대해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파업 찬반투표...한국지엠 임단협 결렬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한 르노코리아자동차 노조는 13일부터 이틀간 노동쟁의 행위를 위한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찬반투표에서 과반 찬성이 나오면 오는 15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르노코리아 노사 교섭에서는 '다년 합의'가 최대 쟁점이다. 사측은 임단협 주기를 매년에서 다년으로 바꾸자는 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매년 노사 교섭에 소모적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측은 해당 안과 함께 올해부터 3년간 매년 기본급 6만원 인상, 성과급 지급안을 같이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의 다년 합의안이 노조를 무력화시킨다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교섭을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사측은 오직 다년 합의안만 외쳐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며 "파업은 목적이 아니라 교섭에서 승리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지엠 노사는 앞서 8일 열린 5차 교섭에서 임단협이 결렬됐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성과급 등과 함께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부평 2공장을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회사 경영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은 국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년 흑자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바 있다.
현대차 노조.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노조. 사진=연합뉴스

노사 임금안 이견 못 좁힌 현대차

현대차 노사도 임금안에 대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사측은 추가 제시안을 통해 기본급 9만5000원 인상, 격려금 등 280%+400만원, 주식 10주, 재래상품권 10만원, 15만 상당 포인트 지급 등을 노조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는 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과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해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13일까지 진행될 본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파업 진행 여부를 검토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노조는 이미 조합원 찬반투표,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 신청 등을 통해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차 노사의 핵심 협상 안건 중 하나였던 신공장 건설과 생산직 신규 인력 채용안이 지난 11일 극적으로 합의를 이루면서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신공장 건설은 올해 현대차 임단협에서 노사 간 이견이 가장 컸던 안건 중 하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전날 울산공장에서 15차 임단협 교섭을 열고 국내 신공장 건설·신규 생산직 인력 채용 등에 전격 합의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