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로봇은 차세대 모빌리티의 주역으로 꼽히는 제품이지만 국내에선 활용이 쉽지 않다. 도로교통법상 ‘차마(車馬)’로 분류돼 보도·횡단보도에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30㎏ 이상의 동력 장치를 장착했다면 공원에도 출입(공원녹지법 시행령)할 수 없다. 카메라 촬영(개인정보보호법)도 불가능하다. 불특정 다수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기준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일 ‘기업이 바라는 규제혁신과제 100선’을 4일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A4용지 127쪽 분량의 건의서엔 대한상의와 회원 기업, 지방 상의 등이 발굴한 ‘올가미 규제’의 목록과 내용이 담겼다. 신산업 규제를 시작으로 △현장 애로 △환경 △입지 △보건·의료 △경영 등 6대 분야에 걸쳐 기업들의 목소리를 정리했다는 게 상의의 설명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규제는 기업에 ‘당장 목을 옥죄는 올가미’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며 “규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절박한 상황을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여러 부처에 얽혀 있는 낡은 법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막고 있다는 게 대한상의의 진단이다. 건의서에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드론, 친환경 신기술, 수소경제, 모빌리티 등 신산업·신기술 관련 규제혁신 과제 26건이 포함됐다. 대한상의는 낡은 법령에 발목이 잡힌 대표적 기술로 ‘전파를 활용한 전기차 무선 충전기술’을 꼽았다. 이 기술은 전파법, 전기생활용품안전법, 자동차관리법상 관련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이 밖에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등 기업 투자 애로 해소 △연구개발 물질 등록 간소화 같은 기업 부담 완화·제도 보완 △산업단지 입지 규제 완화 등을 건의할 예정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불합리한 규제법을 찾아내 과감히 폐지하고 통폐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가 정부에 규제 혁신 등 ‘경제계 제언’을 전달한 것은 지난해 10월 후 9개월 만이다. 당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73개 전국 상의 회장단은 경제 활력 진작, 신성장동력 등 국가 운영 5대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