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 전초기지인 산업단지에서 공장 휴폐업이 4년 만에 다섯 배나 증가했다. 국가산업단지 제조업체들의 수출과 고용도 4년 전에 비해 감소하는 등 ‘역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단공장 폐업 4년새 5배 급증…벼랑 끝 내몰린 중소제조업체
30일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 관할 30여 개 국가산업단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월까지 발생한 휴·폐업 기업 수는 218개로 전년 같은 기간(160개)보다 36%(58개) 증가했다. 연도별로 비교해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폐업 기업 수는 2017년 133개에서 매년 급증해 2021년 666개로 4년 만에 다섯 배가 됐다. 주로 대기업 납품 제조업체들이 몰린 인천 남동·경기 시화 국가산단과 업종 전환이 활발한 서울디지털국가산단에서 폐업이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선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 위축과 2021년 본격화한 원자재값 폭등, 납품단가 미반영 문제 등으로 중소제조업체들이 한계에 몰린 영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중소화학업체 대표는 “지난 정부에서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화학물질 규제 같은 잇따른 규제로 기업을 옥죈 데다 원자재 가격이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는 관행 탓에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뿌리기업 대표도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근로자 공급이 막힌 데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지난해 본격 시행되면서 인력난이 가중돼 공장 운영을 접은 중소기업 대표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정부 관할 국가산단의 전체 수출과 고용 실적은 2017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산단의 총생산은 550조원, 수출은 1884억달러(약 244조원), 고용은 96만9000명을 기록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생산(503조원)은 늘었지만 수출(1910억달러)과 고용(102만3000명)은 오히려 줄었다. 수출과 고용은 2017년을 기점으로 매년 하향 곡선을 그리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기저효과로 소폭 반등했지만 2017년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휴·폐업공장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창업기업과 우량 중소기업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공장당 50억~70억원을 투입해 노후 공장을 현대화하는 사업이다. 올해 공장 7곳을 추가 선정해 전체 22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주환 의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편항된 노동규제가 남발되면서 중소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지역 중소제조업체를 살리고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