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LG 에너지솔루션 본사. /사진=한경DB
여의도 LG 에너지솔루션 본사. /사진=한경DB
LG에너지솔루션이 58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오창 2공장에 테슬라 납품용 ‘4680 원통형 배터리’ 라인을 신설한다. 내년 하반기 양산에 들어갈 계획으로, 이렇게 되면 글로벌 배터리 업계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4680 원통형 제품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양산하게 된다. 이번 투자로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와의 협력 관계를 더 공고히 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전쟁에서 승기를 잡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年 9GWh 규모 배터리 생산

LG에너지솔루션은 13일 5800억원을 들여 오창 2공장 내 4680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라인을 신설한다고 공시했다. 1500억원을 투자해 오창 1공장 내 2170(지름 21㎜·길이 70㎜) 배터리 라인도 증설한다. 내년 양산할 계획인 4680 배터리에는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적용해 니켈 함량을 85~90%로 높이고, 알루미늄을 첨가한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커져 공급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LG엔솔, 배터리大戰 승기 잡았다…'테슬라용 4680' 업계 최초 양산
4680은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제품 이전에 나올 수 있는 가장 개선된 형태다.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을 높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양산 중인 2170 배터리에 비해 크기를 키우면서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개선돼 전기차 주행거리도 16% 늘어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오창 2공장 라인 신설로 확보할 연 9GWh는 전기차 약 13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테슬라 차량 가격(8000만원)에서 4680 배터리 셀이 차지하는 원가 20%를 계산한 뒤 13만 대를 곱하면 단순 계산으로 향후 수주 규모는 연 2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 잔액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300조원에 달한다.

통상 배터리 팩 가격이 ㎾h당 100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시점으로 판단하는데, 4680 배터리로 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재 비용은 ㎾h당 105달러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는 2028년 양산 예정인 데다 넘어야 할 기술 장벽이 많지만, 4680 배터리는 단기간 내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원통형 배터리는 2차전지 중에서 가장 오래된 기술이지만, 크기를 늘리는 혁신으로 파우치형과 각형에 비해 더 앞선 것으로 꼽힌다. 업계는 테슬라 전기차가 4680 배터리를 탑재하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中 CATL과 점유율 격차 줄어들 듯

LG에너지솔루션은 4680 배터리 양산을 위한 글로벌 배터리 업체 간 기술 경쟁에서 승기를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테슬라를 고객사로 둔 파나소닉은 미국에 4680 배터리 전용 공장을 2028년 완공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2024년 중 양산이 목표다. 파나소닉은 이달 초 테슬라에 4680 배터리 시제품을 전달했다고 발표했으나 양산 시기는 LG에너지솔루션보다 늦다. 테슬라에 각형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만 공급하는 중국 CATL과도 점유율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CATL은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지만, 현재 지닌 기술력은 LG에너지솔루션보다 현저히 부족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삼성SDI는 4680 배터리 개발 단계에 있고, SK온은 파우치형 배터리만 생산하고 있다. 테슬라도 미국 공장에서 자체적으로 4680 배터리를 양산 중이지만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이 50%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규/박한신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