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양조장 전성시대’다. 전국 각지에 전통주 양조장과 맥주 브루어리 등 중소 주류 제조 사업장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술 제조법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은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로 문전성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주당들의 선호가 공장에서 찍어내듯 생산하는 라거 맥주와 희석식 소주에서 수제 맥주, 전통 소주, 위스키 등으로 급격히 다변화한 데 따른 결과다.

27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발급된 주류 제조 면허는 총 2717개로, 2020년 말 2571개보다 146개(5.7%)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2443개)과 비교하면 2년간 274개(11.2%) 늘어났다.

주종별로는 막걸리 등 탁주와 증류 식 소주, 맥주, 약주에 대한 신규 면허가 많았다. 김범구 국세청 법인납세국 소비세과장은 “주류면허지원센터의 양조 교육 프로그램이 접수 시작 1분 안에 마감할 정도로 양조사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며 “젊은 층에서 주류 제조 창업에 도전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는 주류산업 규제 완화가 기폭제로 작용했다. 주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지난해부터 허용돼 대규모 시설 투자 없이도 창업이 가능해졌다. 앞서 2020년 맥주와 막걸리의 세금 부과 방식이 종량세로 개편되고, 2017년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 것도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사태도 중소형 양조장엔 호재였다. 룸살롱 등 유흥시장이 죽고 ‘혼술’ ‘홈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다양한 주종의 맛과 향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수 박재범 씨가 만든 ‘원소주’, 크래프트 맥주 열풍을 일으킨 ‘제주맥주’ 같은 혁신 제품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오랜 기간 획일적이던 술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명욱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는 “음주문화 건전화, 인구 감소 등의 요인으로 국내 주류시장이 연 9조원 규모에서 급격히 성장하기는 힘든 환경”이라면서도 “대신 다양한 제품이 등장하면서 인기 주종이 순식간에 뒤바뀌는 역동적 시장으로 바뀔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하수정/한경제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