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주요 인테리어 회사들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7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글로벌 원자재 공급 불안이 심화한 탓이다. 연초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오프라인 소비 활동이 크게 위축된 점도 인테리어업계의 발목을 잡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종합 인테리어 전문기업 현대리바트는 올 1분기에 매출 3688억원, 영업이익 29억원을 기록했다고 12일 공시했다. 비대면 온라인 방식의 일반 소비자 대상(B2C) 판매 증가와 이라크 카타르 등 해외 가설공사 수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4%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70.3%나 줄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원자재값 뛰고 판매는 뚝…인테리어 업계 '사면초가'
앞서 다른 주요 인테리어 업체들도 부진한 실적 성적표를 내놨다. 한샘은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9% 줄어든 52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2% 급감했다. 한샘은 작년 4분기에 2002년 기업공개(IPO)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영업손실 75억원)를 보기도 했다. LX하우시스도 1분기에 매출 8614억원, 영업이익 6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6.4%나 쪼그라들었다.

인테리어업체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거침없이 오른 원자재 가격이다. 석유화학제품인 폴리염화비닐(PVC)과 목재 등 건자재 제조에 쓰이는 핵심 원자재 가격이 크게 뛰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다. 업체들이 잇따라 소비자가격을 인상했음에도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20년 12월 배럴당 48.52달러 수준이던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올 3월 100.28달러까지 치솟았다. 목재 선물 가격도 2020년 12월 1000보드피트(bf)당 873.1달러였지만, 최근 1000달러 선까지 뛰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오프라인 소비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도 인테리어업계에 악재가 됐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성장한 인테리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체험형 전시장 확대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하지만 소비 활동이 줄어들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만큼은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가구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937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가구 판매액이 감소한 건 2018년 2월 이후 4년1개월 만에 처음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큰 폭의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다만 인테리어 시장은 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과 주요 도심의 주택 노후화로 인테리어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급 인테리어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내수시장을 선점하려는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만큼 단기간에 주요 업체 실적이 회복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