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1일 두성산업 법인과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법 위반 혐의로 기업 경영책임자가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첫 사례였습니다. 고용부는 앞서 지난 3월 두성산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기각했습니다.

중대재해법은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법이 정한 안전보건관리책임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합니다. 에어컨 부속자재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에서는 상시 근로자 수가 257명인데다 제품 세척공정 중 트리클로로메탄에 의한 급성 중독자가 16명이 발생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입니다.

'중대재해법 기소 1호'의 오명을 쓴 두성산업은 '중대재해 발생 1호' 사업장은 아닙니다. 중대재해 발생 1호 사업장은 아시는 바와 같이 법 시행 이틀 만인 지난 1월 29일 채석장 붕괴사고로 근로자 3명이 목숨을 잃은 삼표산업입니다. 삼표산업의 중대재해법 위반 관련 수사는 사고 3개월이 지나서야 현장소장 등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질 정도로 늦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두 업체의 중대재해 발생 사건 처리를 비교하자면 두성산업은 지난 2월 16일 집단 급성중독 확인으로 중대재해 사건 수사가 시작된 지 한 달도 안돼 대표(경영책임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돼 '중대재해법 처벌 1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중대재해 발생 1호 사업장의 대표는 사고 약 열흘만에 입건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기소의견 송치 등의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발생 1호 기업'과 '기소 1호 기업'이 다른 이유는 뭘까요. 결정적인 차이는 수사속도입니다. 수사 속도를 좌우하는 것은 대상기업의 협조 정도입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경영책임자는 당연히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안전보건관리의무를 다해왔다는 점을 강조하겠지만, 이들 두 회사는 대응 방식이 달랐다는 게 고용부 안팎의 평가입니다. 두성의 경우 고용부 수사에 적극 소명한 반면 삼표는 대형 로펌을 동원해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고용부는 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수사는 축적되어 있는 수사 사례 및 관련 판례들이 없어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는 측면이 있다"며 "기업들이 사고원인을 부인하거나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 대한 기업의 비협조도 수사 지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발생 1호'와 '처벌 1호'가 달라지는 일이 일어난 배경에는 중대재해법령의 모호성과 불확실성도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고용부의 설명처럼 신생법이다보니 수사 전례나 판례가 없는데다 법령마저 모호하다보니 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마침 오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팔을 걷었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일 중대재해법과 관련 "법령 개정 등을 통해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지침·매뉴얼을 통해 경영자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를 명확히 하겠다"는 내용의 국정과제를 발표했습니다. 중대재해법이 오로지 처벌을 위한 법이 아닌 실질적인 사망사고 감축을 위한 법이 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