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차오 후 SES 최고경영자(CEO)가 리튬메탈 배터리인 ‘아폴로’의 A샘플(시제품)을 들고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ES 제공
치차오 후 SES 최고경영자(CEO)가 리튬메탈 배터리인 ‘아폴로’의 A샘플(시제품)을 들고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ES 제공
현대자동차가 1억달러를 투자한 미국 배터리 기업 SES가 한국 충주공장에서 9월부터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리튬메탈 배터리(LMB) 연구 개발 및 시제품 생산을 시작한다. 주요 투자자인 현대차와 협력을 강화하고, 배터리 강국인 한국의 우수한 엔지니어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
치차오 후 SES 최고경영자(CEO)는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9월 충주에 배터리 파일럿 공장(시범생산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라며 “완성차업체의 배터리 전용라인을 만들어 함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SES가 파일럿 시설을 지은 것은 지난달 완공한 중국 상하이공장에 이어 두 번째다.

음극재에 흑연 대신 금속을 적용한 LMB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LIB)보다 주행거리가 30%가량 길고, 12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90%까지 충전할 수 있어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충전 시간이 길다는 기존 전기차의 약점을 극복한 데다 리튬이온 전고체 배터리에 비해 양산성도 좋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 LMB A샘플(시제품)을 공개한 SES는 2023년 B샘플, 2024년 C샘플 개발을 완료하고 2025년부터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충주공장은 LMB를 개발하고 전기차에 적용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SES는 이후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합작으로 전기차 수요가 많은 북미, 유럽 등에 양산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후 CEO는 “(다른 업체와 비교하면) 아주 공격적인 계획”이라며 “배터리에 적용할 소프트웨어, 공급망 조달 계획도 일정에 맞추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뿐 아니라 도심항공교통(UAM) 중 하나인 ‘플라잉카’에도 LMB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SES는 외국 완성차 업체와 충주공장에서 LMB를 개발하고 전기차에 적용하는 과정까지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차도 SES와 협력을 강화해 ‘배터리 내재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당장 올해부터 SES의 LMB 시제품을 납품받아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차의 충남 아산공장은 올해 초 전기차 설비 공사를 마친 뒤 아이오닉 6 등 전기차 생산을 준비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엔 서울대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고 LMB, 전고체 배터리, 배터리 관리 시스템 등을 연구하기로 했다. 류경한 현대차 팀장은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차세대 배터리 세미나(NGBS) 2022’에서 “LMB는 향후 리튬황, 리튬에어(리튬이 없는) 배터리로 나아가는 길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고체 배터리 경쟁 가속화
SES가 한국을 연구개발 거점으로 삼은 이유는 국내 배터리 밸류체인(가치사슬)이 탄탄해서다. SES는 국내에서 50명가량의 엔지니어도 채용하기로 했다. 생산 능력을 확충한 뒤엔 직원 수를 늘릴 계획이다. 후 CEO는 “연봉은 경쟁력 있는 수준”이라며 “미국 캘리포니아 기업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자유롭게 일하는 문화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충주에 공장을 지은 이유에 대해선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파트너 업체가 충주에 있다”며 “한국엔 배터리 양극재, 장비에 경쟁력을 지닌 기업이 많다”고 했다.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에선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올해 들어 2025~2028년으로 전고체 배터리 양산 연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등도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토마스 슈말 폭스바겐그룹 부품 CEO는 “가장 먼저 전고체 생산에 돌입하는 기업이 결정적인 경쟁 우위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박동휘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