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이슈 브리핑
삼성전자가 폐어망을 재활용한 친환경 소재를 향후 출시되는 갤럭시 기기에 적용할 예정이다.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폐어망을 재활용한 친환경 소재를 향후 출시되는 갤럭시 기기에 적용할 예정이다.사진 제공=삼성전자
외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에 의존하던 기업들이 자체 지표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기업 특성에 맞는 ESG 경영 체계를 구축해 이를 내재화하기 위해서다.

LG그룹은 올해 ‘LG ESG 지수’를 개발한다. 그룹 내 ESG 전략의 의도와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속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다. LG ESG 지수는 기후행동지표(Climate Action Index), 물회복지표(Water Resilience Index), 인적자본지표(Human Capital Index), 다양성·형평성·포용성지표(DE & I Index), 안전지표(Safety Index) 등으로 구성되고 각 항목을 표준화·점수화해 합산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LG그룹은 개발이 완료되면 연내 ESG 위원회 승인 안건으로 상정해 실제 평가 모델로 활용할 계획이다. 경영진의 핵심성과지표(KPI)와도 연계한다.
맞춤형 지표 개발로 ESG 경영 고도화
지표 항목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 국내외 평가기관에서 사용 중인 항목 2~3개와 특성화 항목 1~2개를 취합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LG그룹의 특징에 맞게 환경 부문을 강화하고 지배구조 부문 지표를 추가 개발한다.

롯데그룹은 2017년 10월 롯데지주 출범과 함께 그룹의 ESG 경영을 관리하는 ‘지속 성장 평가지표’를 만들었다. 그룹 내 안전, 환경, 사회 공헌, 동반성장, 공정거래, 컴플라이언스 등을 관리·평가하는 지표다. 롯데그룹은 올해부터 이를 그룹사 평가에 적용한다. 공정거래 역량 평가의 경우, 관련 리스크가 큰 것으로 파악된 40개 그룹사를 대상으로 평가한 후 그 결과를 경영진 및 임직원 KPI 평가에 반영한다.

또한 롯데는 매년 ‘롯데지속성장 환경경영지표’를 발표해 모든 그룹사가 자체적으로 경영 상황을 점검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환경경영지표는 조직, 전략, 활동, 성과, 보고체계 등 5가지 평가 항목을 기반으로 환경경영을 점검한다. 환경경영 확대를 위해 롯데정보통신의 환경에너지통합서비스(LETS)를 이용해 산업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관련 변동 사항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산업별 취약점 선제 대응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부품(DS) 부문에 적용할 수 있는 자체 친환경 평가지표 SEPI(Semiconductor 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를 삼정KPMG와 함께 개발했다. 반도체 부문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환경경영 가이드라인이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19만9754톤CO2e이다. 이 중 상당수가 반도체 부문에서 발생한다.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이 지난 2월 삼성전자에 탄소배출 감축 관련 주주 서한을 보내 관련 행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에 대한 환경경영 요구는 다양해졌지만 구체적 환경경영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반도체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환경경영 가이드라인으로 환경경영을 확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EPI는 환경경영 관련 전 영역 평가, 주요 환경요소 평가, 반도체산업 클린테크 기여도 평가, 반도체 특성 지표 개발, 연간 공시자료 등 5가지 개발 원칙에 따라 만들어졌다. 반도체 생애주기 내 발생하는 주요 환경경영 현황과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생산 역량을 평가 대상으로 한다. 평가 범주는 ▲반도체 친환경 기여(40%) ▲협력 회사 환경 관리(20%) ▲사업장 환경 성과(40%) ▲사용자 환경 편익(5%) 등 4가지로 나뉜다. 범주 내 6대 항목, 32개 지표에 따라 세부 점수가 부여된다. 평가 신뢰도 제고를 위해 SEPI 검토위원회도 구성했다.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전공 교수, 안병옥 호서대 융합과학기술학과 교수, 전형석 UL Korea 지속가능사업부 팀장,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김정남 삼정KPMG ESG & Strategy 상무가 평가 전문가로 참여했다.
맞춤형 지표 개발로 ESG 경영 고도화
건설업계의 경우 올해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염두에 둔 사회 지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협력사 관리도 함께 한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2월 기업신용평가사 이크레더블과 함께 자체 ESG 평가 지표를 개발해 우수협력사를 대상으로 시험 평가를 진행했다. 총 50개로 구성된 ESG 평가 항목은 ▲친환경 자재구매, 온실가스 배출, 환경법규 위반 등 환경 부문(10개) ▲중대재해 여부, 안전 시스템, 근로 조건 준수 등 사회 부문(30개) ▲지배구조, 채무불이행, 회계 투명성 등 지배구조 부문(10개)으로 구성됐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700여 개 협력사로 범위를 넓혀 ESG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 역시 이크레더블, 나이스디앤비와 함께 건설 협력사 ESG 평가 모델을 개발했다. 주요 평가 항목은 ▲환경 이해도와 환경 관리 등 환경 부문(32개) ▲안전 인식 및 안전 관리 등 사회 부문(44개) ▲윤리경영, 회계 투명성 등 지배구조 부문(21개)이다. GS칼텍스도 2019년 협력사 맞춤형 ESG 자가점검 모델을 개발해 2020년 107개 협력사, 2021년 316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했다.

자산 포트폴리오 ESG 점검

금융권은 자산 포트폴리오 내 탄소배출량 관리를 위해 투자 및 대출 기업 ESG 평가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5월부터 기업 ESG 평가 지표인 ‘신한 ESG 등급’을 개발 중이다. 신한금융에서 만드는 지표는 기존 은행에서 쓰던 ESG 체크리스트 문항과 MSCI를 비롯한 평가기관의 지수를 참고해 만든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앞으로 ESG 등급을 감안해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신상품 개발 및 심사 프로세스, 한도 설정 등에도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에서는 ‘NH그린성장지수’를 개발해 2020년부터 기업을 ESG 범주로 평가하고 있다. E(환경) 분야는 친환경 농축산물 인증,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 녹색경영기업 환경성 평가 A등급 이상, 신재생에너지시설 도입 기업, 스마트팜 농가 등에, S(사회) 분야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에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해썹(HACCP) 인증, 기술보증기금의 벤처기업 인증 기업 등은 G(성장) 분야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