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원·엔 환율이 43원이나 빠지는 등 일본 엔화 가치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창구에 엔화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올 들어 원·엔 환율이 43원이나 빠지는 등 일본 엔화 가치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창구에 엔화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의 엔화예금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최근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3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엔화를 ‘쌀 때 사두자’는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 25일 기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5963억2776만엔(약 5조8920억원)에 달했다. 1년 전에 비해 25% 증가했다. 종전 최대 기록이었던 작년 5월(5632억6670만엔)보다도 6% 더 많은 규모다. 증가세는 최근 들어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두드러졌다. 최근 100엔당 원화 환율은 3년여 만에 처음으로 1000원 밑으로 떨어졌다.

엔화값이 싸지자 국내 기업과 개인 사이에선 엔화를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늘었다. 투자 목적보다는 향후 필요할 때를 대비해 미리 환전해 예치해두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분석이다. 은행의 외화 예금은 이자율이 0%대로 이자가 거의 붙지 않지만 가입자가 별도로 환전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돈을 입금하면 해당 외화로 예치돼 편리하게 외화를 보관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은행들이 외화 예금에 환전 수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해 환전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과 수출입 거래를 많이 하는 일부 기업은 엔화 현물환을 많이 매수해 예치해두고 있다”며 “최근에는 일본 유학생이나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개인들이 미리 자금을 환전해 넣어두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기업 거래보다 개인금융 비중이 큰 A은행은 이달 들어 엔화예금 잔액이 740억엔에 육박해 1년 새 38%나 늘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엔화를 안전자산 목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요즘은 그런 수요가 덜하다”며 “엔화가 안전자산이란 인식이 이전보다 크게 약해졌다”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