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이슈
사진은 3월 2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2차 간사단 회의. / 연합뉴스
사진은 3월 2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2차 간사단 회의. /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를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탈원전 정책을 조속히 폐기해 원전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NDC 실현 가능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尹·安 NDC 재조정 공언했지만…

20일 복수의 고위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인수위원회는 2030년 NDC를 문재인 정부에서 설정한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NDC와 탄소중립 관련 공약은 인수위 내 경제2분과와 과학기술교육분과, 외교안보분과 등에서 다각도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실현 가능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을 공약했다. 현재 목표가 산업계에 과도한 부담이 된다는 의견을 꾸준히 밝혀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방안도 재조정하기로 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 역시 대통령 후보 시절 NDC를 재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에서 2030년 NDC가 대폭 낮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인수위와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NDC 재조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에너지와 탄소중립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이슈”라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다른 나라와의 공조, 한국의 특수 상황까지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한 번 약속한 NDC 목표는 되돌릴 수 없다’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후퇴 금지 원칙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 NDC 목표 달성을 공언했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국제사회와 한 약속을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으로 탄소 규제가 강해지는 가운데 NDC를 재조정할 경우 한국 기업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부담이다.
윤곽 드러난 윤석열 정부 탄소중립 정책
탈원전 정책 폐기는 가속화

인수위는 대신 감축량 목표를 그대로 두되, 원전을 발전원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NDC 목표를 달성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탈원전 기조에 따라 설정한 현 정부의 NDC 이행 계획을 대폭 수정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NDC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조속히 폐기하고 차세대 원전 기술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목표 수정이 불가능하다면 탈원전 정책을 하루라도 빨리 폐기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한·미 원자력 협력 강화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 기술 확보 ▲차세대 원전 개발 지원을 공약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원전이 포함되면 NDC 이행을 위한 기업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새 정부에서는 중단된 원전을 재가동해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하고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전원믹스를 구성할 계획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뿐 아니라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 연장도 추진한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현재 국내 24기 원전 중 2030년 전에 설계수명이 다하는 10기의 원전에 대해 “안전성이 확인된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해 계속 운전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돋보기] 尹 정부 ESG 정책, 핵심 포인트는
윤곽 드러난 윤석열 정부 탄소중립 정책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기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이 큰 폭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기업 구조 개편과 갑을관계, 원자력 활용 등을 강조해왔고, 이 같은 공약이 기존 정부와 새 정부를 차별화하는 정책 과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산업 리포트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ESG 정책 방향으로 ▲물적분할 등 기업 재편 과정에서 소액주주 이익 침해 방지 ▲기업 갑을관계 개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원전 활용 등을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기업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해서는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문제가 기업 구조 개편 중 물적분할 등에서 발생하면서 이슈화될 뿐 아니라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물적분할 등 기업 재편 과정에서 소액주주 이익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분할 자회사 상장을 엄격히 제한하고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회사로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 인수권을 부여하는 등의 방식을 제시했다. 주주평등 원칙을 구현할 수 있도록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할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이런 것들이 앞으로 법, 시행령, 규정 개정 등을 통해 이뤄지면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간극을 조금이나마 좁히며 지배구조 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선이 지주회사의 밸류에이션을 재평가할 요소가 될 뿐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 부분에서는 단순히 기업 측 책임을 강조할 뿐 아니라 노동조합 등 근로자의 책임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윤석열 정부의 ESG 정책과 관련해 “당선인은 편법적 친인척 고용승계와 노조의 고용세습을 차단해 공정한 취업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한 뒤 “업무의 종류 등에 따라 노사 간 합의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주 52시간제의 유연한 적용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환경 분야에서는 원전, 수소 등 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연구원은 “윤 당선인은 실효성 있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위기 적응 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원자력과 청정에너지 구술 구축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예정”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원자력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수소산업이 윤 당선인 핵심 공약 내 글로벌 톱 3 수준으로 집중 육성 계획에 포함됐다”며 “SMR(소형모듈원전) 등 원자력발전을 통한 청정수소 생산·공급 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원전기술 못지않게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P2G(Power to Gas, 전력의 가스화), 수전해 기술 등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현 한국경제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