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팩 메고 출근하는 인수위 >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사들이 17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있는 인수위 사무실로 백팩을 메고 출근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     /김병언 기자
< 백팩 메고 출근하는 인수위 >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사들이 17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있는 인수위 사무실로 백팩을 메고 출근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 /김병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새 정부 밑그림을 제시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 24명의 인선이 17일 마무리됐다. 인선이 미뤄졌던 경제2·과학기술교육·사회복지문화 등 3개 분과의 간사 및 인수위원이 이날 선정됐다.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시장 친화적 인물을 대거 발탁한 것이 특징이다. 국제경제·노동·복지·과학기술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도 인수위에 힘을 보탰다. 다만 교육 전문가와 ‘탈원전 백지화’를 주도할 에너지 전문가는 인수위원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산업전문가 대거 합류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엔 이창양 KAIST 경영공학부 교수(60)가 선임됐다. 왕윤종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60), 유웅환 전 SK ESG혁신그룹장(51),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46)는 인수위원으로 합류한다.

이 교수는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15년간 몸담은 관료 출신이다. 초임 과장 때 산업정책과장을 지낼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각부처 관료들을 끌어모은 ‘대통령 비상경제대책전문위원’으로 합류해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 캠프에서 활약했던 왕 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국제경제 전문가로 손꼽힌다. 디지털 경제와 신산업 분야에도 능통하다는 평가다.

윤 당선인은 그동안 뚜렷한 산업정책을 내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에 산업 전문가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먹거리를 찾는 정책 아이디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인 출신인 유웅환 전 그룹장과 고산 대표의 합류도 눈에 띈다.

이 교수, 왕 교수, 유 전 그룹장 등은 SK그룹에 몸담은 적이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기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특정 그룹과는 연관이 없으며 우연일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다만 ‘탈원전 폐기’ 등 윤 당선인의 에너지 공약을 이끈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등 원전 전문가들은 인수위원으로 선임되지 못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 만든다”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64)이 맡았다. 인수위원으로는 김창경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63),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45)가 참여한다. 윤 당선인의 40년지기인 김 교수는 선거캠프에서 4차 산업혁명 선도정책본부장을 맡았다. 윤 당선인의 중점 공약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설계한 주역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국민들의 행정 불편을 일소하겠다는 각오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힘을 싣고 있는 과학기술 분야도 주목된다.

남 교수는 세계 최초로 신개념 탄소중립 연료를 생산하는 데 성공한 탄소중립 전문가다. 교육계에서는 인수위원 배출에 실패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추후 선임될 자문위원 등을 통해 교육계의 요구사항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도 과학기술교육분과의 과제 중 하나다.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에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58)이 임명됐다. 인수위원에는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56),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60), 김도식 서울시 정무부시장(54)이 선임됐다. 윤 당선인은 주 52시간제 규제 완화 등 시장 친화적 공약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등 반시장적 공약을 함께 제시했다. 경제계와 노동계의 입장을 조율하는 데 인수위원 역할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여성가족부의 해체 또는 기능 이관 등도 사회복지문화분과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안 교수는 무분별한 현금복지를 지양하고, 보육과 교육 등 사회서비스 중심의 정책을 마련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추천했던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선임이 불발돼 연금개혁 논의에 영향을 미칠지는 관전 포인트다. 백 교수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새 정부의 새로운 방역체계를 설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훈/강진규/김남영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