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원·달러 환율이 1년10개월 만에 1240원 선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환율이 1260~1280원 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원30전 오른 1242원30전에 마감했다. 2020년 5월 25일(1244원20전) 후 최고가다. 이날 환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달 23일(1193원60전과)보다 48원70전 높다. 이날 5원 상승한 1237원에 출발한 환율은 갈수록 상승 폭을 키워 오후에 1240원 선을 돌파했다.

13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서부의 미군·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훈련시설을 공격했다는 소식 등에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다. 이달 16일 달러 표시 국채 이자 1억7000만달러 지급을 앞둔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달러 강세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15~16일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시점이 다가오는 것도 달러 가치를 밀어 올린 배경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9%를 기록해 1982년 1월(8.4%) 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Fed가 물가 상승 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통상 Fed가 금리를 인상하면 미 국채 수익률이 급증하면서 고금리를 좇는 투자금이 미국으로 몰리고 달러 가치도 상승한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한국 자본시장을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금도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은 이 기간에 4조1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주식 매각 자금을 달러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환율이 뜀박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안팎에서는 환율이 1250원 선을 뚫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230원 선이 뚫린 데다 달러 매수 흐름이 이어지면서 환율이 1250원 선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양상에 따라 환율이 1260~1280원 선까지 오를 수 있다”며 “코로나19 공포가 극에 달했던 2020년 3월 고점인 1280원 선이 강력한 저항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